교육제도

[트렌드 돋보기] 下流 老人이 몰려온다

최만섭 2017. 4. 12. 08:41

[트렌드 돋보기] 下流 老人이 몰려온다

입력 : 2017.04.12 03:12

오윤희 국제부 기자
오윤희 국제부 기자

'천국으로 가는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일본 회사가 있다. 가족이나 돌봐주는 이 없이 고독사(孤獨死) 하는 노인들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키퍼스(Keepers)'라는 회사다. 이삿짐 업체를 운영하던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 사장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한 소녀의 부탁으로 유품 정리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2002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키퍼스 사업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2010년 말 도쿄에서 취재차 요시다 사장을 만났다. 일본 전역에 5개 지점을 두고 연간 1500건의 유품 정리를 담당한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홀로 늙어가는 노인이 늘어나는 한국은 떠오르는 시장이거든요." 요시다 사장은 이렇게 말했었다. 당시 일본에선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된 소수의 사람이 겪는 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데 불과 5년이 안 된 2014년 NHK가 노후 파산 문제를 집중 보도한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중산층으로 살다가 노년에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게 '노후 파산'이다. 끼니를 거르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른바 '하류 노인'들은 대부분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20~30년 착실하게 일해서 모아 놓은 돈도 웬만큼 있었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길게는 40년간 저축과 연금에만 의존하다 보니 파산을 면할 수 없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병이라도 걸리면 통장 잔액이 순식간에 줄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자녀 세대에 기댈 수도 없었다.

노인들이 무교 급식을 먹기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 DB
NHK 보도가 미친 파장은 고독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컸다. 평범하고 착실하게 생활했던 중산층이 오래 산다는 이유로 빈곤 계층이 되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내 노후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번졌다.

일본 경제 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는 최근 "장래 하류 노인이 되기 가장 쉬운 부류는 연 수입 700만엔(약 7100만원) 전후 소득자"라고 보도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자녀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부일수록 노후 파산 취약층"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노년층엔 자산가가 많지만, 한국 노령층은 빈
곤율이 53%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중산층도 대부분 자녀 사교육비 대느라 자신의 노후 준비는 뒷전이다.

약 10년 뒤면 우리도 초고령 사회를 맞는다. 지금부터라도 일본 사례를 참고하며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그저 '먼 미래 일인데' 하며 손 놓고 있다가는 일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노후 파산, 하류 노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1/20170411035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