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사설] 문재인·안철수, 안보위기 해법도 제시하라

최만섭 2017. 4. 12. 09:12

[사설] 문재인·안철수, 안보위기 해법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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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우클릭’ 선회했다. 문재인 후보는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
고 고도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제가 붙어 있지만 어쨌든 ‘차기 정부로 넘기라’던 모호한 입장에서 무게중심을 옮겼다.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철회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드입장 선회, 만시지탄이나 평가할 만
득표 노린 선거전략이면 진정성 떨어져
한·미동맹 중요성도 이 기회에 선언해야

그동안 민주당은 사드가 ‘국회 비준 사안’이란 주장으로 문 후보의 사드 유예론을 뒷받침해 왔다. 국민의당은 얼마 전 ‘사드 반대 철회안’을 의원총회에서 부결시킨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두 당의 대선후보가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거나 분명히 한 만큼 당론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주자 및 소속 당의 현실성 없는 반대와 애매한 태도, 오락가락이 국민의 안보 불안을 키운 게 사실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크게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두 후보가 왜 이제야 그런 정상적 판단으로 돌아서게 됐느냐는 점이다. 문 후보는 ‘북한의 핵 개발 계속 시 사드 배치’란 단서를 달았는데 ‘북한 핵 개발 계속’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안 후보는 ‘한·미 합의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이후에도 한동안 반대를 고집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촛불민심이 거셀 땐 ‘사드 반대’를 외치다 이젠 중도·보수표 공략에 나선 것이란 의심을 산다.


사드 외에 북한 미사일을 방어할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유력 대선주자의 현실감 있는 안보 챙기기는 환영과 칭찬 받을 일이다. 하지만 안보에 대한 기본 철학이 바뀌었다기보다 득표를 위한 대선 전략 차원이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문 후보는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같은 진영의 공격을 받곤 ‘한·미 합의를 고려해야겠지만 거기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고 물러선 적이 있다. 안 후보는 햇볕정책 신봉자인 박지원 대표를 비롯해 호남 세력에게 안보 문제의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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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최고 수준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한반도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4월 전쟁설’까지 나돌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에서 안보 동맹이나 안보 공통공약이 나와도 시원찮을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문·안 두 후보의 입장 선회는 비록 표를 위한 말치레라 하더라도 소중한 목소리다. 


두 후보의 사드 급변침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안보 철학의 빈곤을 의미한다. 언제든 또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집권 후 말을 뒤집지 않도록 ‘대통령에 당선돼도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없다’고 공언할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 핵과 안보 위기를 풀어갈 해법도 내놔야 한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제1의 과제다. 그러자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란 점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가 존립과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다. 대선용 구호라고 의심받아선 안 될 일이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문재인·안철수, 안보위기 해법도 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