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사설] 美·中 '실패한 對北 30년' 또 답습 안 된다

최만섭 2017. 4. 10. 08:51

[사설] 美·中 '실패한 對北 30년' 또 답습 안 된다

입력 : 2017.04.10 03:10

미국서 한국 시각 7~8일 이틀간 진행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이 '구체적 행동'에 대한 합의 없이 끝났다. 두 나라는 양국 최대 현안인 무역 역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선 '100일 계획'을 통해 실무적으로 조정키로 하는 가시적 결과를 내놓았지만, 북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는 각자 입장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두 나라는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 없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했다. 회담에서 내놓을 만한 결과물이 없었다는 뜻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키로 했다며 "중국 측이 부담을 느낄 경우 중국과 조율 없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황교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했다. 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 전제가 북의 핵 프로그램 중단과 한·미의 군사 훈련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반대 입장도 밝혔다고 했다. 이런 발표대로라면 서로 할 말 하고 헤어진 상견례 수준 회담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세기의 담판'이라 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두 '스트롱 맨'의 첫 대좌가 국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었다. 특히 미국 측에서 지속적으로 북한 선제 타격과 관련한 언급이 나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89년 북의 비밀 핵시설이 노출된 이후 미국은 압박을 통해 해결하려 해왔지만, 북을 완충지대로 보는 중국이 압박의 실질 효과를 막아 왔다. 북은 이를 국제사회의 약점으로 보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끌어올려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미·중 간의 오랜 교착과 모순에 어떻게든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북핵 해결보다 북한 정권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국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중국은 북의 4·5차 핵실험 후에도 '쌍방 자제'를 주문하더니 이번에도 한·미 방어 훈련을 북의 위협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았다. 1990년대에 얘기했던 '평화 체제 구축'을 주장하는 것도 그대로다.

이런 중국의 생각을 바꿀 미국의 의지나 수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역대 미 정부는 처음에는 북의 본질을 오판했고 이후에는 현실을 회피해왔다. 오바마 정부에선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북핵을 방치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잇따라 제재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는 강력한 언급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이 실패한 대북 정책 30년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실질 관심은 중국과 맺은 경제 관계일 뿐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제 북은 핵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하기 직전이다. 한반도 운명이 중대한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미국 항모 칼빈슨호가 애초 예정 항로를 변경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공언해온 독자 행동이 현실화되는 것인지, 수없이 반복된 전시용 행동의 재연인지 미지수다. 미국이 무엇을 하든, 실질적으로 고통받고 북한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지 않으면 중국은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최소 4년은 임기를 같이하게 된다. 이번 회담 식이라면 이들의 임기 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은 더 멀어질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9/20170409018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