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1 03:03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10·끝] 한국이 가야할 길… 전문가들의 조언
좋은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계속 이어져야 '축적 효과' 생겨
도시 면적만 넓히는 신도시 대신 기존 도심 '콤팩트 개발' 해야
고령화 시대, 현역 오래 뛸 수 있게 재택 간병 인프라도 더 늘려야
야마자키 히로유키(가명·46)씨는 일본 대기업 주재원으로 서울에 7년 근무하고 작년에 귀임했다. 서울 생활 첫 3년 동안 일본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에 동일본 대지진이 겹쳐 골병이 들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말 재집권해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인 게 그 직후였다. 야마자키씨는 "지금은 떠날 때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올랐고, 도쿄 도심도 몰라보게 말끔해졌다"고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격차가 심하고 스트레스가 큰 탓인지 사회 전체에 '질시'의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재팀은 그동안 경제학자와 과학자, 부동산 전문가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한·일 양국에서 81명을 만나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분석하고, 한국이 갈 길을 물었다. 그들의 충고는 다섯 가지로 압축됐다.
◇새 성장 동력을 찾아라
이향철 광운대 교수는 "돈 풀어서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순 있지만 궁극적으론 다음 성장 동력을 찾아야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풀린다"고 했다. 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은 이미 바이오·인공지능·자율주행차 같은 4차 혁명 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농업과 관광을 새 수입원으로 키우고 있다.
취재팀은 그동안 경제학자와 과학자, 부동산 전문가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한·일 양국에서 81명을 만나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분석하고, 한국이 갈 길을 물었다. 그들의 충고는 다섯 가지로 압축됐다.
◇새 성장 동력을 찾아라
이향철 광운대 교수는 "돈 풀어서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순 있지만 궁극적으론 다음 성장 동력을 찾아야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풀린다"고 했다. 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은 이미 바이오·인공지능·자율주행차 같은 4차 혁명 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농업과 관광을 새 수입원으로 키우고 있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예전엔 우리 기업이 의사 결정이 빨랐는데, 이젠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임경순 포스텍 과학기술진흥센터장은 "과학에서도 우리가 벌써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뒤진 분야가 많다"고 했다.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좋은 정책, 정권 관계없이 이어져야
일본 민주당 정권은 2010년 '신규 졸업생 헬로 워크'라는 청년 일자리 지원센터를 전국 57곳에 만들었다. 이 조직은 아베 정권 들어 더 강화돼 취업 성사 건수가 더 늘어났다(2011년 7만5000건→2015년 10만6000건·후생노동성). 이지평 L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前) 정권이 시작한 정책도 좋은 건 이어가야 '축적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전달하는 건 우리가 빠르지만, 수평적으로 부처끼리 조율하고 협력하는 건 일본이 더 잘한다. '1억총활약담당상'처럼 산하에 부처가 따로 없는 특임장관 자리를 만들어도 정책 성과가 나오는 게 이 덕분이다. 이학주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외무성·재무성·국토교통성 등이 협력해서 이룬 성과"라고 했다.
◇신도시보다 도심 재개발이 중요
고령화 시대에 신도시 자꾸 만들면 자칫 유령 도시가 되기 쉽다. 일본이 이미 여러 번 저지른 시행착오이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도시보다 도심을 알차게 재개발해 서울이란 도시 자체를 반짝이게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이세 나오히토(伊勢尙史) 국토교통성 기획조정관은 "일본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도시를 넓히는 게 아니라 핵심 기능을 한곳에 집중해 도시 면적을 축소하는 '콤팩트 시티' 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가계 부채, 최악 상황에 대비하라
한국은 가계 부채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져도 고민, 차가워져도 고민이다. 나카가와 마사유키(中川雅之) 니혼대 교수는 "양국 상황이 다르지만 정책 판단이 어려울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짜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과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부실화되고 소비까지 얼어붙었다. 나카가와 교수는 "일본처럼 안 되려면 1991년 일본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미리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 인구, 오랫동안 현역서 뛰어야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를 견뎌내려면 개개인이 일터에서 최대한 오래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계 속 생활할 수 있도록 재택(在宅) 간병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심 외곽에 요양원을 짓는 것보다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게 만족도도 높다는 게 일본이 얻은 교훈"이라고 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저성장에 고령화까지 겹치면 정말 큰일 난다"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본격적인 고통은 이제부터일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정책, 정권 관계없이 이어져야
일본 민주당 정권은 2010년 '신규 졸업생 헬로 워크'라는 청년 일자리 지원센터를 전국 57곳에 만들었다. 이 조직은 아베 정권 들어 더 강화돼 취업 성사 건수가 더 늘어났다(2011년 7만5000건→2015년 10만6000건·후생노동성). 이지평 L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前) 정권이 시작한 정책도 좋은 건 이어가야 '축적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전달하는 건 우리가 빠르지만, 수평적으로 부처끼리 조율하고 협력하는 건 일본이 더 잘한다. '1억총활약담당상'처럼 산하에 부처가 따로 없는 특임장관 자리를 만들어도 정책 성과가 나오는 게 이 덕분이다. 이학주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외무성·재무성·국토교통성 등이 협력해서 이룬 성과"라고 했다.
◇신도시보다 도심 재개발이 중요
고령화 시대에 신도시 자꾸 만들면 자칫 유령 도시가 되기 쉽다. 일본이 이미 여러 번 저지른 시행착오이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도시보다 도심을 알차게 재개발해 서울이란 도시 자체를 반짝이게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이세 나오히토(伊勢尙史) 국토교통성 기획조정관은 "일본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도시를 넓히는 게 아니라 핵심 기능을 한곳에 집중해 도시 면적을 축소하는 '콤팩트 시티' 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가계 부채, 최악 상황에 대비하라
한국은 가계 부채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져도 고민, 차가워져도 고민이다. 나카가와 마사유키(中川雅之) 니혼대 교수는 "양국 상황이 다르지만 정책 판단이 어려울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짜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과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부실화되고 소비까지 얼어붙었다. 나카가와 교수는 "일본처럼 안 되려면 1991년 일본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미리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 인구, 오랫동안 현역서 뛰어야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를 견뎌내려면 개개인이 일터에서 최대한 오래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