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14 03:04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6] '우물 안 농업' 벗어난 일본
- 日, 미래 먹거리로 농업 키워
전국에 농업 특구만 30곳… 300여개 업체가 땅 빌려 농사
- 기업들, 인공지능·드론 활용
날씨 예측하고 토양 수분 체크… 작물 재배 현황도 원격 점검
- 농민들 수입도 쑥쑥
불필요한 시간·인력 낭비 줄어… '네모난 수박' 등 해외에서 인기
"2년 전 혼자 벼농사 지을 땐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논밭에서 일해도 못다 한 일이 산더미 같았어요. 지금은 경작 면적을 100헥타르(30만평)에서 140헥타르(42만평)로 늘렸는데도 오후 6시면 일이 끝납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베타(鍋田) 마을에서 만난 농민 야기 기하루(八木輝治·48)씨가 자기 논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2년 새 뭐가 달라졌느냐"고 물었더니 "도요타가 들어왔다"고 했다.
야기씨는 대(代)를 이어 농사짓는 토박이 농부다. 2년 전 도요타가 이 지역 10개 농가와 손잡고 IT를 농사에 접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생산량이 증가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참여 농가가 19개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베타(鍋田) 마을에서 만난 농민 야기 기하루(八木輝治·48)씨가 자기 논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2년 새 뭐가 달라졌느냐"고 물었더니 "도요타가 들어왔다"고 했다.
야기씨는 대(代)를 이어 농사짓는 토박이 농부다. 2년 전 도요타가 이 지역 10개 농가와 손잡고 IT를 농사에 접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생산량이 증가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참여 농가가 19개로 늘었다.
도요타는 최고의 농업 전문가들이 어떻게 농사지으면 가장 효율적일지 계산한 것을 토대로 '풍작 계획'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아침마다 농부 개개인에게 그날 할 일을 세세히 일러준다. "야마다씨는 어느 논에서 무슨 일을 이만큼 해라. 다나카씨는 어느 밭으로 가라. 농기구는 야마모토씨가 먼저 쓰고 그 뒤 옆 마을 스즈키씨에게 넘기라"는 식이다. 농부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일 진척 상황을 입력하면 '풍작 계획'은 이걸 분석해 다음 날 아침 새로 할 일을 일러준다. 야기씨는 "농업은 개인의 감(感)이 중요한 아날로그 산업이라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2년 연속 소출이 늘어나 믿게 됐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불필요한 시간·인력 낭비가 대폭 줄었다고 했다.
도요타뿐 아니다. 최근 일본에선 통신 기업 NTT, 편의점 큰손 로손 등도 농민들과 손잡고 농업 분야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업을 신(新)성장 동력이라고 보고 과감하게 농업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농업 특구'를 도입해 기업이 농민들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허용했다. 지금은 이런 특구가 30개로 늘었다. 2015년 말 현재 전국에서 345개 기업이 농사를 짓고 있다. 도요타 같은 대기업도 있고, 기업이 농민과 손잡거나 농민들끼리 뭉쳐 스타트업을 만든 사례도 있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뒤 이런 흐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농협법을 고쳐 개별 농민들과 지역 농협이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JA전중)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각종 시범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이후 기업과 농민이 힘을 합쳐 IT·로봇·드론·인공지능을 농사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더 활발해졌다.
도요타뿐 아니다. 최근 일본에선 통신 기업 NTT, 편의점 큰손 로손 등도 농민들과 손잡고 농업 분야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업을 신(新)성장 동력이라고 보고 과감하게 농업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농업 특구'를 도입해 기업이 농민들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허용했다. 지금은 이런 특구가 30개로 늘었다. 2015년 말 현재 전국에서 345개 기업이 농사를 짓고 있다. 도요타 같은 대기업도 있고, 기업이 농민과 손잡거나 농민들끼리 뭉쳐 스타트업을 만든 사례도 있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뒤 이런 흐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농협법을 고쳐 개별 농민들과 지역 농협이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JA전중)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각종 시범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이후 기업과 농민이 힘을 합쳐 IT·로봇·드론·인공지능을 농사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더 활발해졌다.
이런 시도에는 고령화와 도시화로 일본 전체 경지 면적이 계속 줄어드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아직은 시범 사업 단계지만 기업으로서는 농업 특구에서 새로운 실험에 성공하면, 그 해법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국내외 농촌에 팔 수 있다. 민간 조사회사 시드플래닝은 IT·로봇 기술 등을 활용한 일본의 스마트 농업 시장이 2015년 165억엔에서 2020년 732억엔으로 네 배 넘게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 2014년 '국가 전략 특구'로 지정된 니가타현이었다. 지난 3일 취재팀이 찾아간 니가타시 들판에서는 통신회사 NTT가 '워터셀'이라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농가 100곳과 공동으로 논농사를 짓고 있었다. 논에 설치한 센서가 논의 수위(水位), 수온, 풍속, 풍향, 토양 수분 상태 등을 점검하고 날씨 예측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물관리에 시간이 제일 많이 들어갔는데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농작물을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키우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니가타현에서 10대째 배 농사를 하는 하세가와 히로미치(長谷川紘道·22)씨는 "도시 샐러리맨보다 최소 두 배 번다"고 했다. 배를 갈아 넣은 버터를 만들어 파는 게 그의 올해 목표다. 니가타시가 필요한 장비와 기계를 빌려주고, 상품 포장 디자이너도 연결해줬다. 하세가와씨는 "다양한 기술과 접목하면 성장 가능성이 큰 게 농업"이라고 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농업을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했다. 2013년 가가와(香川)현 농민들이 만든 '네모난 수박'은 동그란 수박을 모양만 바꾼 관상용인데,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개당 우리 돈으로 10만원을 넘는데도 러시아와 중동에서 선물용으로 인기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최근 일본 농촌은 특구를 중심으로 농업·유통업·요식업·관광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 한창"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 2014년 '국가 전략 특구'로 지정된 니가타현이었다. 지난 3일 취재팀이 찾아간 니가타시 들판에서는 통신회사 NTT가 '워터셀'이라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농가 100곳과 공동으로 논농사를 짓고 있었다. 논에 설치한 센서가 논의 수위(水位), 수온, 풍속, 풍향, 토양 수분 상태 등을 점검하고 날씨 예측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물관리에 시간이 제일 많이 들어갔는데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농작물을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키우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니가타현에서 10대째 배 농사를 하는 하세가와 히로미치(長谷川紘道·22)씨는 "도시 샐러리맨보다 최소 두 배 번다"고 했다. 배를 갈아 넣은 버터를 만들어 파는 게 그의 올해 목표다. 니가타시가 필요한 장비와 기계를 빌려주고, 상품 포장 디자이너도 연결해줬다. 하세가와씨는 "다양한 기술과 접목하면 성장 가능성이 큰 게 농업"이라고 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농업을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