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31 03:00
[민·관 협력 '팀 코리아', 3년전 原電 패배 설욕]
대림·SK, 3조5000억 규모 수주… 3.7㎞ 세계 최장 현수교 공사
국토부, 조사 비용 4억 조기 지원
수출입銀·무역보험公, 저리 대출
대림·SK, 서로의 강점 잘 활용
'이 프로젝트는 아베 신조 총리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에 오르는 등 양국의 경제 관계 강화를 위한 주요 안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연초 각료를 터키에 파견하는 등 공사 수주를 지원해왔다.'일본 최대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27일 터키가 발주한 세계 최장 현수교 공사를 한국 컨소시엄이 IHI·이토추상사 등 일본 업체를 제치고 사실상 수주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 정부는 27일(현지 시각)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7㎞ 길이 현수교와 진입도로(약 100㎞)를 건설하는 '차나칼레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국의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과 일본 모두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 국가 간 경쟁 양상으로 진행돼왔다. 특히 한국은 이번 수주로 3년 전 일본에 당했던 터키 원전(原電) 수주 패배를 설욕했다는 평가다.
- ▲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의 터키 현수교 조감도.
따라서 입찰 참여사들은 공사 제안서에 '운영 기간'을 적어냈다. 짧게 적어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 입찰에서 한국 컨소시엄은 '16년 2개월'을 제안, '17년 10개월'을 제안한 일본을 따돌렸다.
한국 건설업계의 고질병이라는 '저가(低價) 입찰' 논란도 벌어지지 않았다. 터키 정부가 하루에 4만5000대분(分) 통행료를 보장해주는 데다 공사비도 한국(26억8000만달러)과 일본(27억2000만달러)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더 짧은 운영 기간을 제안할 수 있었던 비결은 '컨소시엄 구성'이다. 윤태섭 대림산업 부사장은 "일본은 단순 자본 투자, 고속도로 운영 전담사 등이 참여, 이익을 배분해야 할 곳이 많아지면서 운영 기간이 늘어났다"며 "반면 우리 컨소시엄은 건설사끼리 뭉쳐 건설비 회수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건설이 지난달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 터널인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를 마치고, 장비를 터키에 그대로 대기시켜 '공사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대림산업과 SK건설이 결합한 것도 도움이 됐다. 대림산업은 교량 건설에 강하고, SK건설은 이미 현지에서 유라시아 터널 공사 등을 성공시켜 현지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 두 회사는 국내 최장 현수교 이순신대교 건설에 함께 참여한 인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팀(team) 이순신'이 터키 해협에서 일본 연합군에 승리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사전(事前) 준비에다 행운도 따랐다. 당초 글로벌 건설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올해 하반기에나 입찰에 부쳐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작년 6월부터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 정부가 작년 10월 사전 예고 없이 돌연 입찰을 공고했고, 사전 준비가 미처 안 돼 있던 유럽계 경쟁자 다수가 포기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일본은 입찰 마감 약 1주 전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까지 터키로 파견, 수주 지원 활동을 벌였다. 한국은 지난해 일찌감치 대림산업에 예비 타당성 조사 비용 4억원을 지원했고, 작년 연말엔 김형렬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이 터키를 방문했다.
한국의 약점으로 꼽혔던 금융 조달 능력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터키 현지 시중은행 대비 최대 1%포인트 낮은 수준의 금리로 건설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과 큰 차이가 없는 조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일본보다 경쟁력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승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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