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ICBM 쏜다는 北, 美 탓이란 中, 내분에 빠진 韓

최만섭 2017. 3. 20. 17:02

 ICBM 쏜다는 北, 美 탓이란 中, 내분에 빠진 韓

입력 : 2017.03.20 03:12

북한이 19일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이 '3·18 혁명'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북에서 김정은의 말은 곧 법이다. 머지않아 이 엔진을 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로켓을 쏘아올리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이 구(舊)소련 말기의 미사일 능력에 도달했거나 곧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 서울에서 "북한이 선을 넘으면 (군사 조치를 포함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겨냥한 ICBM은 '선'을 넘는 것이다.

북이 신형 엔진 시험을 한 18일 중국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미·중의 입장은 여전히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트위터에 "북이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한국에서 북에 대한 중국의 원유 공급까지 언급하며 중국에 대북 지원을 끊을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 왕이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때문"이라고 했다. 북이 ICBM을 발사하기 직전인데 미·중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4월 10일을 전후해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입장이 이렇게 다르면 어떤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이 바라는 것이 이런 상황이다. 북은 이 틈을 이용해 또 대형 도발을 저지를 것이다. ICBM 발사나 6차 핵실험을 거의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이 된다는 뜻이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한 한반도"라고 했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상호 억제를 위해 그것(한·일 핵무장)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는 환경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역에 있는 모두가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까이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멀리는 한·일의 핵무장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경고한 것이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지점을 지나가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most important ally)', 한국을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an important partner)'라고 했다. 그의 표현 하나 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거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을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집권이 유력하다는 우리 야당은 미국이 가는 길이 아니라 중국이 가는 길 쪽에 서려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과 관련된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는데 안보의 바탕인 한·미 동맹의 미래는 불확실해지고 우리 내부는 정치적으로 분열돼 서로 물어뜯을 궁리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