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개성공단, 한반도 평화 정착 수단 아니다

최만섭 2017. 3. 16. 09:43

개성공단, 한반도 평화 정착 수단 아니다

  • 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입력 : 2017.03.16 03:06

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개성공단 가동 중단 1년을 넘기면서 재개 여부를 둘러싸고 대선 주자 간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의견은 정치적 이해득실과 이념 지형에 따라 '조속한 재가동'과 '조건부 재개론'으로 나뉜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무조건 재개'와 함께 '정권 교체 시 2000만 평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우선 공단 가동 중단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내려진 결정임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최근 김정남 암살 사건의 수사 과정에 불만을 품고 북한 체류 말레이시아인들을 억류했다. 개성공단에서도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절 북한은 수시로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통행을 금지해 우리 근로자들 발을 여러 차례 묶었다. 2009년엔 현대아산 근로자를 136일간 억류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북한 당국이 외국인의 출입국을 관리·통제하는 배타적 행정권을 멋대로 행사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무대가 북한인 이상 안심할 수 없다. 북한과의 합의는 언제든 파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도 "북남 사이에 채택·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로 선포한다"고 했다. 공단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개성공단 확장보다 개성과 휴전선 남쪽 문산을 연결하는 공동경제특구 개발 등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맞는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하루 앞둔 2월9일, 경기도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개성공단은 햇볕정책을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이다. 햇볕정책은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긴장을 해소해 종국적으로는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교역을 통한) 평화 이론'에 근거한다. 하지만 평화 이론은 체제가 같거나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얘기다. 개성공단이 일정 부분 남북 간 긴장·갈등의 완충재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 평화를 정착시킬 가능성은 애초부터 작았다. 극단적 남북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평화 이론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가동 10년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훨씬 진전돼 이제 핵은 실질적 위협이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이라기보다는 핵·미사일 자금의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은 2016년 한 해에만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이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좀 더 강력한 대북 결의 2270호와 2321호를 채택했다. 이들 결의의 핵심은 북한에 국제 규범 준수를 압박하기 위해 외화 유입을 차
단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개성공단 재가동·확장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에 앞장서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오에서 우리 혼자 이탈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제 공조를 우리가 나서서 허물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확장은 결국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돼 우리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5/20170315036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