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최순실 국정농단 지속적으로 숨겨… 헌법수호 중대한 위반"

최만섭 2017. 3. 11. 06:49

"최순실 국정농단 지속적으로 숨겨… 헌법수호 중대한 위반"

입력 : 2017.03.11 03:02

[朴대통령 탄핵] 헌재가 인정한 탄핵 소추 사유

[탄핵 인용 핵심 이유]

"진상규명 최대 협조 약속했지만 수사 응하지 않고 압수수색 거부
파면으로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기각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탄핵 인용(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게 된 핵심 사유는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반이 '지속적'으로도 이뤄졌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심판정에서 낭독한 선고 요지를 통해 "피청구인(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했다"며 "그 결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김종·정호성씨 등이 부패범죄로 구속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국회측 소추위원들과 대리인단 10일 헌재 결정 직후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들(오른쪽에서 둘째부터 권성동 법사위원장, 이춘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관영 의원, 손금주 의원)과 대리인단 황정근(맨 오른쪽) 변호사 등이 재판부가 퇴정하자 일제히 일어서 있다.
국회측 소추위원들과 대리인단 10일 헌재 결정 직후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들(오른쪽에서 둘째부터 권성동 법사위원장, 이춘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관영 의원, 손금주 의원)과 대리인단 황정근(맨 오른쪽) 변호사 등이 재판부가 퇴정하자 일제히 일어서 있다. /오종찬 기자

헌재는 이어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익(私益) 추구를 도운 행위는 (헌법상) 대의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대통령을 탄핵으로 파면하려면 법 위반이 중대해야 한다는 원칙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세워졌다.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선거법의 공무원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파면을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4년 헌재는 '중대한 사유'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최씨의 사익추구나 위법행위를 알지 못했고, 추호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해 공익실현 의무를 천명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행위는 최순실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 핵심 관계자는 "이 사건의 본질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측근의 비리를 대통령이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가 세운 파면 여부 판단의 또 다른 기준은 '헌법 수호' 문제이다. 설사 대통령이 법을 위반했더라도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질 정도가 아니라면 파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헌재는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며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서는 검찰이나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 수색도 거부했다"며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탄핵을 기각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문건 유출 지시·방치… 공무원 비밀 엄수의무 어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측근들이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계기는 최순실씨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연설문 등 국가 기밀자료 47건을 받아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0~11월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통해 최씨 손에 넘어간 정부 문건들을 확보했으며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지시로 문건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은 헌재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유출된 점은 (대통령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 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특정 정당, 자신이 속한 계급·지역·사회단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세력의 특수한 이익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균형 있게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며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추천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일부 공직자는 최순실씨의 이권 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헌재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상 공무원의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하고 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부패방지법 등의 여러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에서 정 전 비서관과 함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됐다. 검찰과 특검에서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박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으로 드러났다. 이들도 모두 각종 불법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비선 실세 국정농단]

"미르·K스포츠 모금, 기업의 재산권·경영자유 침해"
뇌물죄는 거론하지 않아

지난해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핵심 사안이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거뒀고, 최순실씨에게 재단 운영을 위탁했다는 수사 결론을 내렸다. 박영수 특검팀은 재단 설립을 최순실이 먼저 제안했으며, 가장 많은 204억원의 재단 출연금을 낸 삼성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국회는 '뇌물죄 등 형법 위반'을 탄핵 사유에 포함시켰으나,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뇌물죄'는 거론하지 않았다. 헌재는 그러나 "재단법인인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등을 통해 최순실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헌법상)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두 재단과 연관된 최씨의 이권 개입 행위를 박 대통령이 도운 것도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최순실씨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 부탁을 받고 안 전 수석을 시켜 현대차 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며 "최씨는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미르가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대통령은 최씨의 부탁에 따라 (민간 기업인) KT에 특정 인사를 취업시켰고, 플레이그라운드는 KT로부터 68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수주했다"며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통해 최씨 회사인 '더블루K'가 포스코 스포츠팀 운영을 맡도록 해줬다"고 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 7조 1항이 정한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를 어긴 것이며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행위"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최씨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가 사익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대통령이 최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으며 최씨
회사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대통령의 지시를) 기업은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요청은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위해 두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비밀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1/20170311001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