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사설] 오늘 시험대 오르는 대한민국, '역사적 승복'으로 위기 끝내자

최만섭 2017. 3. 10. 06:49

[사설] 오늘 시험대 오르는 대한민국, '역사적 승복'으로 위기 끝내자

입력 : 2017.03.10 03:18

헌법재판소가 오늘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작년 10월 5일 검찰이 최순실 사건 수사를 시작한 지 5개월여, 국회가 12월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3개월 만이다. 이 긴 시간 동안 밖에서 태풍이 불어오는데도 나라 전체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여기에 종지부가 되는 날이다. 정치·사회적 모든 논란과 불투명성도 함께 종결돼야 한다.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헌법재판소 주변에서는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탄핵 반대 측 대변인은 탄핵 각하를 반대한 재판관을 국가반역자로 규정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탄핵 찬성 쪽에서도 '기각되면 혁명'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경찰은 10일 헌재 주변 100m 안쪽에서는 집회를 전면 봉쇄키로 했다. 또 서울 전역에 최상위 경계령인 갑호 비상을 발동키로 했다.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

그러나 불복 조짐을 경계하고 승복을 주문하는 각계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한국기독교단체총연합회, 진보적 성향의 천주교 주교회의가 각각 승복을 주문하는 호소문을 냈다. 불교 조계종도 호소문을 낸 뒤 정당 대표들을 방문했다. 모두 "승복이 민주주의의 출발점" "불복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거리에 나서지 않은 많은 시민들도 같은 뜻일 것이다. 지난 몇 달간 군중의 무절제한 목소리가 국가의 앞날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져왔다. 그러나 이제 승복 외에는 어떤 다른 길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재 선고가 있은 뒤 있을 수밖에 없는 한쪽의 상실감을 수습하는 일도 중요하다. 원하는 헌재 선고를 받아 든 사람들의 자중(自重)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중이란 언행을 신중하게 한다는 뜻이다. 오늘처럼 그것이 필요한 날이 없다. 이 모든 문제를 제도권으로 수렴해야 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대선 주자들과 각 정당 지도부는 그 반대 역할만 해왔다. 대선 여론조사 선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집회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많은 주문을 거스르고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참석을 그만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극성 군중에게 몰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일부 인사들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국회와 특검을 비난했다. 오늘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각 정당 대표들과 대선 주자들은 함께 만나 실질적인 수습책을 논의해야 한다. 치유해야 할 상처들이 너무 많이 났다. 오늘 이후에도 자극적인 분열 책동을 펴는 사람이 있으면 대선 주자로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퇴출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는 탄핵 사태만을 보고 있지만 실은 그보다 더 큰 안보·경제 복합 위기가 눈앞에 닥쳐와 있다. 그동안 북은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두 차례 감행했고 중국은 사드 보복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 트럼프 정권은 북을 향한 선제타격·정권교체까지 포함한 모든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경제도 수출 홀로 버텨나가고 있을 뿐 투자와 내수, 소비 심리, 고용 모두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만약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라면 두 달 동안 선거라는 소용돌이에 또다시 모든 것이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기각되면 또 그에 따른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오늘 헌재는 역사적 법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은 탄핵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떠나 '역사적 승복'으로 대혼돈을 끝내야 한다. 정치권은 여기에 앞장서 그동안 방치해온 숱한 국가 현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와 법치가 한 단계 성숙할 수도 있다. 중대한 역사적 갈림길이다. 대한민국이 시험대에 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9/20170309034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