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10 03:00
[머니 은퇴백서] 돈, 할 일, 친구, 재미, 건강 '5F'… 연령대별 계획 필요
'나는 백 살까지 못 살 거야'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 거야'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거야'….
요즘 은퇴 강의를 할 때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세 가지 오해'다. 오해라고 하는 이유는 실제 인생은 이런 오해들과 다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여든이 넘게 살면서 자식과 손자들이 자주 찾아주고, 배우자와 오순도순 살다가 죽으면 뭘 더 바랄 것인가. 그런 인생은 더없이 행복한 인생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두 가지나 세 가지 모두가 오해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100세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별 준비 없이 살다가 갑자기 병들어 누워 보라. 자식도 배우자도 어디 갔는지 찬바람이 부는 방에 혼자 누운 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일본에서 시작된 고독사(孤獨死)는 결코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 ▲ ※기대여명이란 현재 의료 수준 등을 감안해, 앞으로 몇 년 더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것
첫째로 나는 과연 백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인가. 기대수명(2015년 기준)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지만 평균은 82.1세이고 남자는 79.0세, 여자는 85.2세이다. 그런데 왜 백 살까지 살 거라고 '협박'을 하느냐고 따지고 들 수 있다.
기대수명은 0세(출생자)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를 말한다. 같은 연장 선상에서 60세 남자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는 기대 여명(餘命)이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성별로 각 나이의 기대 여명을 구할 수 있다. 60세의 기대 여명은 남자가 22.2년, 여자가 27.0년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현재 60세 남자라면 앞으로 22.2년을 더 살다가 82.2세 즈음에, 60세의 여자라면 27.0년을 더 살다가 87.0세쯤에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의학 발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대 여명이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재 60대 남자들은 85세 안팎까지, 60대 여자들은 90세 안팎까지 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추산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므로 100세까지 사는 이도 적잖을 터이다. 문상을 가보면 고인이 아흔을 넘은 경우를 요즘도 흔히 볼 수 있다.
둘째로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 거야'가 오해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효자·효녀를 둔 부모들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걸 거야' 하면서 고마워하며 살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이번에 얼마만 (돈을) 주시면 제가 두 분 부모님을 평생 잘 모시겠습니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들이 알아서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악의 경우는 다 넘겨준 부모와 다 넘겨받은 자식 모두가 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불효자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자식은 젊기나 하지만 부모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어떻게 해볼 도리와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일 수도 있다.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기간도, 앞으로 살아야 할 기간도 30~40년이 넘을 수 있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셋째 오해, 즉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남편이 90세, 아내가 87세인데 남편이 병들어 누운 상황이 되었다. 그간 지극정성이던 아내는 당연히 자신이 직접 수발을 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87세 고령 여자가 90세 남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마음은 있어도 신체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 배우자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도 실제 상황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만약 무리하다가는 건강하던 아내가 더 아파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결국에는 내가 혼자 남거나 내 배우자가 혼자 남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오해와 착각은 자유지만 그 결과는 바로 내가 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믿을 건 자식과 배우자가 아니라 나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백 살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고 은퇴 후 60대, 70대, 80대, 90대를 각각 어떤 돈으로 무엇을 하면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갈지 설계해야 한다. 5F, 즉 Finance(돈), Field(할 일), Friend(가족과 친구), Fun(재미), Fitness(건강)를 연령대별로 챙겨 꼼꼼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5F를 잘 챙겼다고 하더라도 '9988 234'라는 말처럼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 간다는 게 마음대로 될까. 내가 먼저 갈 때 배우자의 애를 덜 먹이고 가는 것을 넘어 혼자 남은 배우자가 끝까지 품위와 존엄을 지키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남편들은 아내보다 서너 살 정도 더 많다고 볼 때 남편이 가고 난 다음에도 아내들은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 뒤에 남은 아내가 큰 걱정 없이 잘 마무리하고 뒤따라오도록 소득과 자산을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먹고사는 생활비는 기본이고, 치료비와 간병비까지 충분히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시름 달래기보단 가난 부를 뿐" (0) | 2017.03.28 |
---|---|
[IF] 사랑을 부르는 마법… 동물에겐 페로몬, 인간에겐 키스 (0) | 2017.03.25 |
[김철중의 생로병사] 老年, 약에 파묻힌 삶에서 탈출을 (0) | 2017.03.07 |
사설]부인의 치매에 절망적 선택을 한 노인의 경우 (0) | 2017.03.04 |
700년전 '고려의 미소' 이탈리아서 찾았다 (0) | 2017.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