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까지 살겠나… 내 자식·배우자는 다르다… 오해부터 벗어나라

최만섭 2017. 3. 10. 07:50

100세까지 살겠나… 내 자식·배우자는 다르다… 오해부터 벗어나라

  •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입력 : 2017.03.10 03:00

    [머니 은퇴백서] 돈, 할 일, 친구, 재미, 건강 '5F'… 연령대별 계획 필요

    '나는 백 살까지 못 살 거야'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 거야'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거야'….

    요즘 은퇴 강의를 할 때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세 가지 오해'다. 오해라고 하는 이유는 실제 인생은 이런 오해들과 다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여든이 넘게 살면서 자식과 손자들이 자주 찾아주고, 배우자와 오순도순 살다가 죽으면 뭘 더 바랄 것인가. 그런 인생은 더없이 행복한 인생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두 가지나 세 가지 모두가 오해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100세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별 준비 없이 살다가 갑자기 병들어 누워 보라. 자식도 배우자도 어디 갔는지 찬바람이 부는 방에 혼자 누운 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일본에서 시작된 고독사(孤獨死)는 결코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100세까지 살겠나… 내 자식·배우자는 다르다… 오해부터 벗어나라
    ▲ ※기대여명이란 현재 의료 수준 등을 감안해, 앞으로 몇 년 더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것
    세 가지 오해를 한 가지씩 짚어보자.

    첫째로 나는 과연 백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인가. 기대수명(2015년 기준)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지만 평균은 82.1세이고 남자는 79.0세, 여자는 85.2세이다. 그런데 왜 백 살까지 살 거라고 '협박'을 하느냐고 따지고 들 수 있다.

    기대수명은 0세(출생자)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를 말한다. 같은 연장 선상에서 60세 남자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는 기대 여명(餘命)이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성별로 각 나이의 기대 여명을 구할 수 있다. 60세의 기대 여명은 남자가 22.2년, 여자가 27.0년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현재 60세 남자라면 앞으로 22.2년을 더 살다가 82.2세 즈음에, 60세의 여자라면 27.0년을 더 살다가 87.0세쯤에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뜻이다. 의학 발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대 여명이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재 60대 남자들은 85세 안팎까지, 60대 여자들은 90세 안팎까지 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추산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므로 100세까지 사는 이도 적잖을 터이다. 문상을 가보면 고인이 아흔을 넘은 경우를 요즘도 흔히 볼 수 있다.

    둘째로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 거야'가 오해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효자·효녀를 둔 부모들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걸 거야' 하면서 고마워하며 살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이번에 얼마만 (돈을) 주시면 제가 두 분 부모님을 평생 잘 모시겠습니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들이 알아서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악의 경우는 다 넘겨준 부모와 다 넘겨받은 자식 모두가 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불효자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자식은 젊기나 하지만 부모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어떻게 해볼 도리와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일 수도 있다.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기간도, 앞으로 살아야 할 기간도 30~40년이 넘을 수 있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셋째 오해, 즉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남편이 90세, 아내가 87세인데 남편이 병들어 누운 상황이 되었다. 그간 지극정성이던 아내는 당연히 자신이 직접 수발을 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87세 고령 여자가 90세 남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마음은 있어도 신체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 배우자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도 실제 상황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만약 무리하다가는 건강하던 아내가 더 아파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결국에는 내가 혼자 남거나 내 배우자가 혼자 남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오해와 착각은 자유지만 그 결과는 바로 내가 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믿을 건 자식과 배우자가 아니라 나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백 살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고 은퇴 후 60대, 70대, 80대, 90대를 각각 어떤 돈으로 무엇을 하면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갈지 설계해야 한다. 5F, 즉 Finance(돈), Field(할 일), Friend(가족과 친구), Fun(재미), Fitness(건강)를 연령대별로 챙겨 꼼꼼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5F를 잘 챙겼다고 하더라도 '9988 234'라는 말처럼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 간다는 게 마음대로 될까. 내가 먼저 갈 때 배우자의 애를 덜 먹이고 가는 것을 넘어 혼자 남은 배우자가 끝까지 품위와 존엄을 지키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남편들은 아내보다 서너 살 정도 더 많다고 볼 때 남편이 가고 난 다음에도 아내들은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 뒤에 남은 아내가 큰 걱정 없이 잘 마무리하고 뒤따라오도록 소득과 자산을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먹고사는 생활비는 기본이고, 치료비와 간병비까지 충분히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9/2017030902125.html#csidxe8d4de200dad119ba5f5aa5cb54ba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