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사설]부인의 치매에 절망적 선택을 한 노인의 경우

최만섭 2017. 3. 4. 09:03


고왔던 아내는 치매에 걸리자 점점 낯선 사람으로 변해갔다. 험한 말이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내 입에서 온갖 상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가족과 지인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다. 병시중하는 늙은 남편은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달마다 120만원씩 병원비를 보내주는 자녀들을 볼 자신도 없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딸아, 우리 인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글을 적었다. 그러고는 아내의 목을 조른 뒤 스스로 독극물을 들이켰다. 아내는 죽었지만 그는 죽지 않았고, 그는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중앙일보에 보도된 74세 노인의 비극적인 사연이다. 


치매 환자 가족을 둔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3년 전에는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80대 노부모를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도 끊은 일이 있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4년간 돌보던 80대 노인이 승용차에 아내를 태우고 저수지로 뛰어들어 함께 숨진 사건도 있었다. 치매는 배우자나 자녀, 간병인을 괴롭히는 병이다. 3개월 간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의 상처도 커 치매 환자가 있으면 웬만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치료 및 간병 비용도 만만찮다. 환자 1명에 최소 연간 2000만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70만명인 치매 환자는 2030년 127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데 2050년에는 6~7명 중 1명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60세 이상에게 치매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2014년 기준으로 23만여명의 치매 환자에게 노인요양시설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24시간 방문요양 서비스’ 등도 마련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환자 부양을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치매로 인한 비극은 막을 방법이 없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른다. 선량한 사람들이 배우자나 부모를 살해하는 절망적 상황에 내몰리고, 집안 살림이 한순간에 기우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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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032057015&code=990101'%20target='_self#csidx64d461c305299258b8b9150303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