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사설] '美, 전술核 재배치' 검토한다는데, 우린 누가 챙기나

최만섭 2017. 3. 6. 16:50

[사설] '美, 전술核 재배치' 검토한다는데, 우린 누가 챙기나

입력 : 2017.03.06 03:19

뉴욕타임스는 4일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참모들이 "(북한 관련)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으며 '놀라운 경고(dramatic warning)'를 하기 위해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반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제 타격이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추가 배치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한다.

지난달 12일 북한의 북극성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논의는 예상을 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는 북핵·미사일 대책 역시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일 수 있다.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전술핵 재배치보다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 개발 명분을 줄 우려가 있다. 이를 빌미로 중국이 대북 제재 전열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을 완성하고 각종 미사일에 장착한 것이 확실할 경우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핵은 군사적 용도 이전에 정치적·심리적 무기로 장차 드리울 핵 그림자가 더 큰 문제가 된다. 전술핵 재배치는 이 핵 그림자를 상쇄시킬 대안이다. 당장 우리가 핵무장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대책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데 직접 영향을 받는 우리와는 어떤 상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지금 한국에 이런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상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라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들이 논의되고 진행되는데 우리는 제대로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어떤 대외 정책보다 북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며 전술핵무기 재반입이나 선제 타격까지 고려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중대한 시기 를 잘못 흘려보내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이병호 국정원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임기 중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골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5/20170305016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