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윤대현의 마음읽기] 중2 아들이 다중인격 같다고요?

최만섭 2017. 3. 6. 16:47

[윤대현의 마음읽기] 중2 아들이 다중인격 같다고요?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 2017.03.06 03:11

다중인격이 의심될 만큼 대들고 저항하는 사춘기 자녀
부모는 당황스럽고 속상하지만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
제때 찾아온 성장통에 감사해야… 자녀 눈높이에서 대화해 주길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886년 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중인격을 소재로 한 고딕(Gothic)소설이다. 중세의 고딕식 고성을 배경으로 괴기·음모를 주제로 한 고딕소설이 18세기 중엽에 영국에서 유행이었다고 하는데, 지킬 박사는 21세기인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으니 대단한 생명력이다. 선한 지킬 박사와 악한 하이드가 보이는 인간의 이중성이 오랜 시간 우리 무의식을 자극하고 있는 인기 아이템인 셈이다. 일인이역도 어려울 것 같은데, 최근에 개봉한 영화의 다중인격 캐릭터는 20개가 넘는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엉뚱하게, 세상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중인격을 해리성정체성장애(解離性正體性障碍)라 한다. 사람은 내면과 외부에서 다가오는 자극에 일정하게 반응하는 성격 유형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을 유지시켜주는데, 이 정체성과 해리, 즉 분리가 되면서 또 다른 인격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평균 5~10명 정도의 다중인격을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적지 않은 수다. 다중인격은 의식적인 연기가 아닌 무의식적인 변화라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래서 병원을 직접 찾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이 다중인격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로 유명한 것에 비해 의학적으로는 미지의 영역이라 볼 수 있는데 보통 성장기에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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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안정성을 잃으면 다중인격 같은 병적인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발달 과정으로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춘기 자녀의 심리 변화다. "엄마 말 잘 듣고 착하기만 했던 아들이 중 2가 되더니 다중인격자처럼 엄마 말에 모두 바락바락 대들며 저항을 보인다"며 "내가 이러려고 엄마가 되었나 자괴감마저 든다"는 고민 사연이 정말 많다.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키운 내 자녀의 사춘기 저항이 부모 입장에선 당황스럽고 속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다. 성숙은 아름답지만 괴로운 과정이다. 고통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중인격에 버금가는 사춘기 자녀의 질풍노도의 감정 변화는 심리적 독립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모의 사랑을 마음으로 믿기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저항하면서 의존적인 존재에서 스스로 인생을 꾸려가는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게 된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가에 대해 감성적으로 깊이 고민하는 사춘기가 20대 이후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앞서 찾아온다는 것이 신비롭다. "우리 아이는 짜증만 내지 자기 인생에 대해 고민이라곤 없는 것 같아요"라 하소연하는 부모님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할 뿐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사춘기 저항 없이 부모 말 잘 듣고 모범적으로 자라준 아들이 자랑이었는데 30세가 되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원하는 직업을 찾겠다고 하여 걱정이란 부모의 고민을 접한 적이 있다. 사춘기가 밀려서 온 것일 수 있다.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가 없었다는 것은 심리적 독립을 이룰 충분한 성장통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사춘기 성장통은 사춘기 때 겪는 것이 효율적이다. 밀려서 겪으면 일이 커지게 된다. 그렇기에 중 2 아들이 다중인격자로 변하는 것은 속상한 일이 아니라 축하해야 할 일이다.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사춘기 저항에 어른의 시각에서 지나치게 질책하지 말고 친구처럼 자녀의 눈높이에서 대화해 주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 부모 입장에서도 사춘기 때 자녀와 잘 사귀어 놓으면 평생 함께할 나 닮은 젊은 친구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5/20170305016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