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04 03:03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개업의 17년차
직원들 눈치 보여 이젠 나홀로 점심 익숙
환자가 하는 식당 가면 상태 살펴볼 수 있고
병원 홍보 기회도…
오늘도 나는 혼자 밥을 먹었다. 개인 병원을 연 지 17 년째, 점심은 주로 혼자 먹게 된다. 개원 초기에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곤 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나 포함해 달랑 3명이니 병원에 식당을 운영할 수도 없고 배달 가능한 식당에서 시켜 같은 공간에서 먹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의 눈치가 보였다. 어떤 칼럼에서 부장들이 하면 안 되는 일들 중 잔소리가 꼽혔는데 즐겁게 밥을 먹어야 하는 점심시간에 잔소리를 해댄 것이다. 직원들의 건강한 위장 활동을 위해 따로 밥을 먹었다. 직원들에게는 "내 점심은 내가 알아서 하니 점심시간이 되면 알아서 즐겁게 식사하세요"라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햇볕을 쬐며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 다니는 것도 할 만한 일이다. 밥을 먹은 뒤 잠깐 하는 길거리 산책은 오후를 위한 활력소다. 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에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근처 개인 의원 원장님들과 식사를 하는 것도 어쩌다 한두 번이다. 삼성과 현대 사장끼리 한 테이블에서 점심 먹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학연이나 지연으로 이미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니면 자주 식사하기도 어색하다. 병원에 출입하는 제약사 직원들과의 점심도 김영란법 이후 서로 눈치가 보인다. 한동안은 간 크게도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빈 도시락을 자꾸 병원에 놓고 와서 잔소리만 잔뜩 듣고 결국 도시락을 포기했다. 어떤 원장은 집에서 매번 도시락을 싸 준다고도 하는데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혼자 먹는 밥도 익숙하다. 바쁜 점심시간에 4인 자리 하나만 남은 식당에선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합석도 주저없이 한다. 2인 자리나 1인 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도 있다. 식사를 하러 나갈 때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선다. 대개는 최신 의학 논문을 요약해 놓은 잡지다. 가급적이면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만 보는 눈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혹사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은 병원을 홍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주변 식당 주인들과 환자 대 의사로 안면을 트기도 하고, 식당에 와 있던 환자의 소개로 인사를 하기도 해서 대개는 얼굴을 안다. 식당 한 곳을 정해서 점심을 계속 해결한 적이 있는데 근처 밥집 사장님이 환자로 와서 "왜 우리 집에는 안 오느냐"고 물어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난 후에는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식당에 가면 주인이 반갑게 맞으며 "원장님, 오랜만이네요"라고 인사하는데 나와 내 병원의 존재가 식당 안 손님들에게 전해지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병원을 다니다가 한동안 발길을 끊은 환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환자 상태도 확인하고 다시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오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식당이나 가게 주인들도 감기나 배탈 정도의 가벼운 병이라면 병원에 가서 직원이나 원장에게 은근히 가게 홍보를 할 것도 같다.
'혼밥'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기 전부터 나는 혼밥을 해왔다. 혼자 있는 점심시간은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하고, 그럴 만한 식당도 많아져야 한다.
이제는 혼자 먹는 밥도 익숙하다. 바쁜 점심시간에 4인 자리 하나만 남은 식당에선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합석도 주저없이 한다. 2인 자리나 1인 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도 있다. 식사를 하러 나갈 때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선다. 대개는 최신 의학 논문을 요약해 놓은 잡지다. 가급적이면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만 보는 눈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혹사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은 병원을 홍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주변 식당 주인들과 환자 대 의사로 안면을 트기도 하고, 식당에 와 있던 환자의 소개로 인사를 하기도 해서 대개는 얼굴을 안다. 식당 한 곳을 정해서 점심을 계속 해결한 적이 있는데 근처 밥집 사장님이 환자로 와서 "왜 우리 집에는 안 오느냐"고 물어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난 후에는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식당에 가면 주인이 반갑게 맞으며 "원장님, 오랜만이네요"라고 인사하는데 나와 내 병원의 존재가 식당 안 손님들에게 전해지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병원을 다니다가 한동안 발길을 끊은 환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환자 상태도 확인하고 다시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오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식당이나 가게
'혼밥'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기 전부터 나는 혼밥을 해왔다. 혼자 있는 점심시간은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하고, 그럴 만한 식당도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