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5 03:02
[남정욱의 명랑笑說]
유부남 감독과 미혼 여배우의 관계에
세상의 비난 쏟아져
잉그리드 버그먼은 남편·딸 포기하고
유부남 감독 만났지만 작품으로 사랑 받아
1995년인가 충무로 전철역에는 참 희한한 영화 포스터 하나가 걸려있었다. 물에 잠긴 돼지 궁둥이 비주얼에 떡하니 붙은 제목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당시 충무로 전철역 근처에는 영화제작사가 많았다. 업계 종사자들은 포스터 앞을 지나칠 때마다 우물에 빠진 건 돼지가 아니라 제작사인 동아수출공사라고 키득댔던 기억이다. 그 영화의 감독이 홍상수였다.
영화의 개봉 성적은 예상대로 저조해서 서울 관객 동원 3만7000명으로 끝났다. 평단에서는 "한국 영화에서 희귀한 한순간이 열리는 소리"라며 난리를 쳤지만 예술 성공, 흥행 실패 끝에 인생이 새드 엔딩으로 끝난 감독이 어디 한둘이었나. 일찍이 하길종이 갔던 그 길을 걸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얼마 안 가 홍상수 스타일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감독의 집안사도 화제였다. 그의 어머니는 공산 포로였고 미모에 반한 수용소 소장이 구애를 한 끝에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그거부터 영화로 만들라고 성화였다.
한국 영화계에는 관객 비(非)친화적인 감독이 세 사람 있다.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다. 박찬욱은 신작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까 고민한다. 김기덕은 자기 영화를 보다가 구토한 끝에 뛰쳐나가는 관객을 늘이기에 골몰한다. 홍상수는 별로 기억하거나 돌아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내면과 일상을 죽어라 카메라에 담는다. 술 취하면 남자들이 얼마나 구질구질해지는지, 여자들은 또 어떻게 가식으로 모든 상황을 연출하는지 참 열심히도 기록한다. 매번 황당한 제목으로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것은 별첨스프다. 언젠가는 '인간의 정체' 같은 제목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돈도 많이 안 줄 텐데 그의 영화에는 유명 배우가 많이 출연한다. 고현정, 김승우, 김상중 등이 그의 필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되기 때문이다. 영리하다. 피해자 없는 갑(甲)질이다.
2015년 작품 '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리다'에서는 정재영과 김민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는 정재영과 김민희가 눈이 맞았지만 영화 밖에서는 감독과 배우가 눈이 맞은 모양이다. 유부남 감독과 미혼 여배우의 부적절한 관계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에 김민희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자 또 그 얘기부터 나온다. 소생은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다 큰 성인 남녀가 서로 좋다는데 그리고 그걸 위해 많은 걸 내려놓겠다는데 왜 자기 집안일처럼 난리일까. 조강지처에 대한 동정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세 사람이 풀 문제지 세상이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툭하면 갖다 붙이는 '부적절'이라는 표현도 참 이상하다. 클린턴의 '지퍼 게이트' 이후 아예 클리셰처럼 쓰이는데 남녀 관계에 '부적절' 같은 건 없다. 남녀 관계는 다 적절하다(뭐 가끔 욕은 먹는다).
잉그리드 버그먼은 남편과 딸과 할리우드를 포기하고 로마로 날아가 유부남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를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실보다 그녀의 '카사블랑카'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여전히 기억하고 사랑한다. 김민희도 좀 그렇게 봐주면 안 되나.
한국 영화계에는 관객 비(非)친화적인 감독이 세 사람 있다.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다. 박찬욱은 신작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까 고민한다. 김기덕은 자기 영화를 보다가 구토한 끝에 뛰쳐나가는 관객을 늘이기에 골몰한다. 홍상수는 별로 기억하거나 돌아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내면과 일상을 죽어라 카메라에 담는다. 술 취하면 남자들이 얼마나 구질구질해지는지, 여자들은 또 어떻게 가식으로 모든 상황을 연출하는지 참 열심히도 기록한다. 매번 황당한 제목으로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것은 별첨스프다. 언젠가는 '인간의 정체' 같은 제목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돈도 많이 안 줄 텐데 그의 영화에는 유명 배우가 많이 출연한다. 고현정, 김승우, 김상중 등이 그의 필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되기 때문이다. 영리하다. 피해자 없는 갑(甲)질이다.
2015년 작품 '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리다'에서는 정재영과 김민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는 정재영과 김민희가 눈이 맞았지만 영화 밖에서는 감독과 배우가 눈이 맞은 모양이다. 유부남 감독과 미혼 여배우의 부적절한 관계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에 김민희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자 또 그 얘기부터 나온다. 소생은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다 큰 성인 남녀가 서로 좋다는데 그리고 그걸 위해 많은 걸 내려놓겠다는데 왜 자기 집안일처럼 난리일까. 조강지처에 대한 동정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세 사람이 풀 문제지 세상이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툭하면 갖다 붙이는 '부적절'이라는 표현도 참 이상하다. 클린턴의 '지퍼 게이트' 이후 아예 클리셰처럼 쓰이는데 남녀 관계에 '부적절' 같은 건 없다. 남녀 관계는 다 적절하다(뭐 가끔 욕은 먹는다).
잉그리드 버그먼은 남편과 딸과 할리우드를 포기하고 로마로 날아가 유부남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를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실보다 그녀의 '카사블랑카'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여전히 기억하고 사랑한다. 김민희도 좀 그렇게 봐주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