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사설] 野 후보들 이래도 김정은에 달러 주고 사드 반대할 건가

최만섭 2017. 2. 16. 09:37

[사설] 野 후보들 이래도 김정은에 달러 주고 사드 반대할 건가

입력 : 2017.02.16 03:20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발생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은 북 권력 집단의 실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절감케 한다. 현지에선 말레이시아 경찰이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20대 여성 1명을 사건 발생 만 이틀 후인 15일 오전 붙잡았다. 다른 여성 1명과 남성 4명도 쫓고 있다 한다. 여기엔 북한과 베트남 여권 소지자가 섞여 있다 한다. 베트남 여권 소지자들은 국적 세탁을 했거나 위조 여권을 소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김정남도 도미니카 여권을 갖고 있었다. KAL기를 폭파한 김현희는 일본인 행세를 했다. 이날 현지 병원에선 김정남 사체에 대한 부검도 실시됐다. 점점 북 소행이라는 사실이 물증으로 확인되어 가고 있다 할 수 있다.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을 한 다음 날 김정남을 암살했다. 핵·미사일을 쥐고 있는 북 집단이 광포하기까지 하니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분열상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최순실 사태를 기화로 대북 정책까지 북 정권을 연명시키고 핵폭탄을 낳은 햇볕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 상위 대선 주자는 야권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햇볕정책 재개가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북에 대해 "아주 야만적인 일" "북은 정상 국가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집권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다. 온 국제사회가 북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데 북의 직접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가 1년에 현금 2억달러를 김정은에게 주겠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 돈이 김정은 연명을 돕고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것이 명확한데도 이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도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고 하지만 사실상 철회 쪽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날로 발전하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군사적 방비는 안 해도 된다는 것인지, 해야 한다면 사드 없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한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사드 배치 반대를 사실상 접었다. 안 전 대표는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이 바뀐 것인지, 지지율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선거 전략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안보관을 물을 때마다 '색깔론'이라면서 아예 묻지도 말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첫째 자격은 과연 나라를 지킬 수 있느냐다. 북의 야만 집단과도 협상은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냉철한 개입 정책은 김씨 왕조를 '같은 민족'이라면서 돈과 쌀·물자로 연명시켜준 햇볕정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를 포함한 야권은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겠다면 명확하게 선언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문 전 대표부터 '집권 시 즉각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사드 연기' 입장이 그대로인지부터 밝히라.

이번 독살 사건은 김정남을 보호해온 중국을 자극,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트럼프 정부도 북 정권의 정체를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북의 암살 공작조가 국내에도 잠입할 가능성이 있다. 대비에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5/20170215035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