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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의 맛 세상] 완벽한 달걀 프라이를 찾아서

최만섭 2017. 2. 9. 08:35

[김성윤의 맛 세상] 완벽한 달걀 프라이를 찾아서

입력 : 2017.02.09 03:13

싸고 흔해서 고마움 몰랐지만 AI 여파로 비싸진 달걀 귀한 존재감 발휘해
구이·찜·볶음·절임 등 어떤 요리도 가능하지만 최고는 '완벽한 달걀 프라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이번 AI(조류인플루엔자) 덕분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달걀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얼마 전 함께 점심 먹던 여성이 이렇게 말했다. 사상 최악이라는 AI 여파로 달걀 가격이 폭등하다 못해 품귀 사태가 빚어졌었다. 너무나 싸고 흔해서 잊혔던 달걀이 비싸고 귀해지자 그 존재감이 되살아났다는 것이었다. 하긴, 미국에서 비행기로 공수해올 만큼 귀하신 몸 아닌가.

미식(美食)에 관심깨나 있다는 이들은 '맛있어서 비싼 걸까, 아니면 비싸서 맛있는 걸까'를 놓고 싱거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이번 달걀 파동을 놓고 보면 비싸고 귀한 음식이 맛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달걀 식용(食用)의 역사는 길다. 닭은 본래 남(南)아시아 정글에 살던 야생의 새다. 서아시아에서 적어도 기원전 7500년부터 인간이 달걀 획득을 주목적으로 닭을 사육하기 시작했고,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기원전 1500년쯤 수메르와 이집트로, 기원전 800년쯤에는 그리스로 건너갔다. 한반도에서도 오래전부터 달걀을 먹어왔다. 경주시 황남동 155호 고분 유물함에서 토기에 담긴 달걀 20여 개가 출토됐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달걀은 닭의 알이다. 세상에 식용 가능한 알은 달걀 말고도 많다. 닭이 그리스로 전해진 무렵 이미 메추리 알을 먹고 있었다. 오리 알이나 거위 알은 물론이고 타조, 꿩 심지어 악어 알을 먹었다. 로마에서는 공작 알을, 고대 중국에선 비둘기 알을 먹었다. 갈매기 알은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별미로 쳤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뿔닭(guineafowl) 알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알 중에서 달걀이 인간의 식탁을 제패한 건 닭의 알 낳기 습관 때문이다. 일부 새들은 연중 특정 기간에만 알을 낳는다. 그리고 한 번 낳으면 더는 낳지 않는다. 하지만 닭을 포함해 어떤 새들은 둥지 속 알이 특정 개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낳는다. 누군가 달걀을 훔쳐가면 또 낳아서 그 숫자를 채우려 한다. 인간은 닭의 이러한 습관을 알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단백질(알)을 편리하게 획득하려고 닭을 길들인 것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달걀은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인류 최초의 알 요리는 선사시대 야생에서 채집한 알을 장작불에 구운 알구이일 것이라고 인류고고학자들은 추측한다. 이 밖에도 삶거나 찌거나 데치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절이는 등 어떤 요리법도 가능하다. 이 중 가장 간단한 요리법을 꼽으라면 달걀프라이 아닐까. 달걀을 깨뜨려 프라이팬에 익히면 끝. 라면보다 쉽다. 그런데 해보면 알지만 달걀 프라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제대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이 '완벽한 달걀 프라이'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 중 하나가 '현대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설적 셰프 페르낭 푸앙(Fernand Point·1897~1955)이었다.

푸앙이 완벽한 달걀 프라이를 위해 개발한 요리법은 아주 약한 불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버터를 녹인 다음 녹은 버터기름 속에 달걀을 넣고 삶듯이 오랫동안 천천히 익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푸앙이 말한 "흰자는 완벽하게 익었으되 크림에 가깝게 부드럽고, 노른자는 열이 가해져 뜨겁지만 액체 상태를 유지한" 섬세하고 세련된 달걀 프라이가 만들어진다. 그는 이렇게 조리한 달걀 프라이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고 따로 녹여놓은 따뜻한 버터를 뿌려서 미쉐린 3스타인 자신의 레스토랑 라 피라미드(La Pyramide)에서 냈다.

미국 유명 요리사 데이비드 로젠가르텐(Rosengarten·67)의 완벽한 달걀 프라이는 푸앙의 그것과 대척점에 있다. 부드러운 식감보다는 풍부한 맛과 씹는 맛을 추구했다. 로젠가르텐의 달걀 프라이는 튀김에 가깝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들이붓고 뜨겁게 달군 다음 달걀을 조심스럽게 깨 넣는다. 그러고는 달궈진 기름을 스푼으로 떠서 달걀 위에 끼얹기를 흰자에 기포가 생기며 거의 갈색이 되도록 부풀어 오를 때까지 반복한다. 흰자는 바삭하면서 노른자는 주르륵 흘러내리는 달걀 프라이가 완성된다. 부산 중국집에선 간짜장을 시 키면 가장자리를 태우듯 바삭하게 익힌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는데, 이것이 로젠가르텐의 완벽한 달걀 프라이와 가까울지 모른다.

당신에겐 어느 쪽이 완벽한 달걀 프라이인가. '완벽한 달걀 프라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유명 요리사는 물론 일반 요리 애호가들이 올린 비법이 수없이 많다. 다행히도 모든 비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 만큼 달걀값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8/20170208033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