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칸트가 사랑한 고향을 찾아서

최만섭 2017. 1. 26. 09:14

칸트가 사랑한 고향을 찾아서

입력 : 2017.01.26 04:00

[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여행보다 산책을 좋아했지요. 반경 16㎞를 벗어나지 않았다네요. 칸트는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 묻혔습니다. 시내 성당 옆 묘지 비명(碑銘)엔 저서 '실천이성비판'의 유명한 글귀가 적혀 있답니다. "생각할수록 경외심이 깊어지는 두 가지가 있다.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닐 맥그리거 '독일사 산책')

안타깝게도 칸트가 사랑한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는 이제 없습니다. 러시아 도시 '칼리닌그라드'로 바뀌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 패망 후 소련 영토가 되었습니다. 칼리닌은 러시아(소련) 정치인 이름입니다. 소련 당국은 쾨니히스베르크를 떠올리는 거의 모든 것을 파괴했답니다. 칸트가 다니고, 학위 받고, 교수로 있던 쾨니히스베르크대학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칼리닌그라드대학이 들어섰습니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는 세계 철학의 거장(巨匠) 이름을 다시 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2005년 대학 이름을 '이마누엘 칸트 러시아 국립대'로 했다가 5년 후 '이마누엘 칸트 발틱연방대학(IKBFU)'으로 다시 바꿨습니다. 러시아 연방 설립 9개 대학 중 하나라네요. 홈페이지(eng.kantiana.ru)를 찾아보니 "칸트는 한때 러시아 시민(a Russian citizen for some time)이었다"고 적었더군요. 쾨니히스베르크를 사랑했던 칸트가 하늘에서 본다면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학에 자신 이름 붙였다고 고맙게 여길까요.

올해는 시인 윤동주(1917~1945) 탄생 100년 되는 해입니다. 두만강 너머 시인의 고향 생가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적혀 있답니다. 중국 인터넷 포털은 시인의 국적을 중국이라 적고 있다지요. 우리말을 사랑한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이 이를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요. "패, 경, 옥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별 헤는 밤')과 "육첩방(다다미방)은 남의 나라"('쉽게 씌어진 시')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선언하고 한글로 시를 썼던 시인입니다.

철학자와 시인의 고향을 언제든 찾으렵니다. '별이 빛나는 하늘'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