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큰 눈과 둥근 몸통… '소셜 로봇'은 왜 닮았지?

최만섭 2017. 1. 17. 06:47

큰 눈과 둥근 몸통… '소셜 로봇'은 왜 닮았지?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양지혜 기자
  • 입력 : 2017.01.17 03:00

    [영화 '월E' 로봇 이브처럼… 단순한 디자인으로 친근감]

    로봇 머리가 크면 귀엽다는 인상, 아기나 어린 동물을 연상케 해… 흰색 사용해 깨끗한 느낌 줘
    둥근 몸통, 부딪혀도 충격 덜해… 집안 곳곳 둘러보는데 안성맞춤
    로봇의 얼굴에 눈만 있고 코·입·귀·팔다리 없는 건 거부감 안생기게 하려는 포석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깜찍한 외형의 가정용 로봇들이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독일 보쉬의 '마이키', 미국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쿠리', 우리나라 LG전자의 '허브'가 대표적이다. 로봇들은 애니메이션 영화 '윌E'에 나온 로봇 이브처럼 하나같이 하얀색의 미끈한 몸통에 커다란 얼굴과 눈을 가졌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誌)는 이를 두고 "가정용 '소셜 로봇(social robot)'의 디자인과 기능이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친근감 부여

    소셜 로봇이란 사람과 대화하며 감정을 나누고 자율적인 동작이 가능한 로봇을 뜻한다. 소셜 로봇의 효시는 2014년 미국 MIT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지보'다. 역시 둥근 몸통과 커다란 얼굴을 가졌다. 스펙트럼은 "지보와 최근 나온 소셜 로봇들이 흡사하다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왜 소셜 로봇들은 서로 닮았을까.

    최초의 가정용 소셜 로봇 '지보' 외
    ▲ /그래픽=송윤혜 기자
    지보사(社)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낸시 두소-스미스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도록 매우 깨끗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했다"고 밝혔다. 지보의 디자인 개념은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해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사라 오센토스키 부사장 역시 "로봇을 모든 가정의 가구나 실내 장식에 다 맞추기란 무척 어렵다"며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흰색이 그런 요구에 가장 부합한다"고 밝혔다. 몸통과 반대로 로봇의 얼굴이 대부분 검은색인 것은 적외선이 통하면서 내부의 부품을 숨기기에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머리가 크면 아기나 어린 동물을 연상케 해 귀엽다는 인상도 준다. 사람들과 감정을 나눠야 할 소셜 로봇에는 강점이 된다. 이는 디즈니의 대표적 만화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에서 입증됐다. 1928년 탄생 당시 미키마우스는 주둥이가 뾰족하고 팔다리는 길어서 진짜 생쥐와 비슷해 인기를 별로 얻지 못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머리가 크고 팔다리가 짧은 아기 같은 모습으로 바뀌면서부터다. 메이필드 로보틱스도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에서 일했던 디자이너를 데려와 애완동물 같은 친근함을 줄 수 있도록 로봇 쿠리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둥근 몸통은 실질적인 이점도 있다. 가정용 로봇은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스펙트럼지는 "둥근 몸통은 사람과 부딪혀도 충격이 덜하다"며 "몸통이나 얼굴을 회전하기도 쉬워 집안 곳곳을 둘러보는 일이 잦은 가정용 로봇에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했다.

    소셜 로봇들은 얼굴에 눈만 있고 코나 입, 귀가 없다. 팔다리도 없다. 이는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1970년 일본의 로봇 과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로봇의 외형이 사람과 흡사해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이때를 '불쾌한 계곡(uncanny valley)'이라고 부른다. 소셜 로봇들은 단순한 눈 모양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시해 불쾌한 계곡을 피하면서 사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

    음성 인식·사물인터넷 기능도 닮아

    소셜 로봇들은 외모뿐 아니라 기능도 닮아가고 있다. 지보는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메일을 읽어주고 전등을 켠다. 부엌에서 조리법을 알려주고 아이에게 동화도 읽어준다. 가족 얼굴도 각각 인식한다. LG전자의 허브 역시 미국 아마존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 가족 얼굴을 알아보고 각자에 맞는 아침 인사를 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과 조명을 제어하는 집사 역할도 한다.

    보쉬의 마이키는 이름이 '나의 부엌 요정(My kitchen elf)'의 영어 약자인 데서 알 수 있듯 주방용으로 특화됐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조리법을 알려준다. 각종 주방 가전과 와이파이로 연결돼 사람의 지시대로 제어한다. 집 밖에 있는 주인이 요리 메뉴를 결정하면 냉장고를 살펴보고 부족한 식재료를 직접 주문까지 한다.

    쿠리는 다른 로봇과 달리 바퀴가 달려 사람을 따라다닐 수 있다. 전원이 부족하면 알아서 충전대로 가서 충전한다. 이동하면서 레이저로 집안 곳곳을 스캔하면서 장애물의 위치와 높낮이에 대한 실내 지도를 작성한다. 또 몸통에 센서가 있어 사람 손이 닿으면 올려다보는 동작도 할 수 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6/2017011603193.html#csidxb33c9b1efa13ac78103e05d4f1512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