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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화장 배워보자" 30m 줄 선 남자들

최만섭 2017. 1. 16. 09:04

[NOW] "화장 배워보자" 30m 줄 선 남자들

입력 : 2017.01.16 03:04

[첫 남성 스타일 박람회, 20대부터 70대까지 4만명 몰려]

- 업체 관계자도 놀란 인파
전문가가 화장해주는 코너 북적… 첫 피부 진단받고 "너무 충격적"
꽃중년 발길… "젊게 살아야죠"

- 남자도 외모 가꾸는 시대
색조화장·머리손질 등 관심… 남성 화장품 매출 年40% 증가

"화장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15일 오후 12시 30분 '남성 스타일 박람회'인 '맨즈쇼(Men's Show) 2017'이 열린 서울 강남 코엑스 1층 전시장. 행사장은 입구부터 화장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남성들로 북적거렸다. 30m 넘게 줄을 선 20대부터 70대까지 남성들은 "화장을 받고 나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20분 넘게 차례를 기다리던 회사원 강모(31)씨는 "연한 눈썹이 콤플렉스인데 상담을 받을 생각"이라며 "화장을 여자들만 한다는 건 옛말"이라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 박람회에는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족' 4만명이 몰렸다. 경기 평택시에서 온 김모(32)씨는 "남자가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까 봐 항상 몰래 화장품을 구매했다"며 "여기 와보니 나 같은 남자들이 많아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남성 스타일 박람회 ‘맨즈쇼(Men’s Show) 2017’ 행사장에서 20대 남성들이 얼굴 화장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열린 이 행사에는 사흘간 패션·미용에 큰 관심을 보이는 ‘그루밍(grooming)족’ 남성 4만명이 방문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남성 스타일 박람회 ‘맨즈쇼(Men’s Show) 2017’ 행사장에서 20대 남성들이 얼굴 화장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열린 이 행사에는 사흘간 패션·미용에 큰 관심을 보이는 ‘그루밍(grooming)족’ 남성 4만명이 방문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행사에 참여한 90개 업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전문가들이 직접 화장을 해주는 한 미용제품 유통 업체의 전시장이었다. 행사 기간 사흘 동안 1만명이 넘는 남성들이 이 전시장에 들러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매를 보정하는 색조 화장을 받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남성들이 과연 공개적인 곳에 화장을 받으러 올까 걱정했는데, 막상 행사가 시작되니 북새통을 이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행사장에 마련된 무대에는 포마드로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올린 남성 미용사가 참가자의 머리를 손질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미용사는 현란하게 두 손을 움직여 바리캉으로 참가자의 옆머리를 밀고 머리카락에 왁스를 발랐다. 무대 밑 100여명의 남성들은 미용사의 노하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뚫어져라 무대 위를 쳐다봤다. "남자도 필연적으로 외모를 가꿔야 하는 시대, 작은 변화로 삶을 바꿔보자"는 미용사의 말에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피부 진단에 놀란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남모(24)씨는 피부과처럼 초근접 카메라로 피부 상태를 찍어주는 부스에서 체험을 한 뒤 "피부 상태가 엉망이라 충격을 받았다"며 "지성 피부로 진단을 받았는데 유분을 잡아준다는 화장품을 사러 가야겠다"고 했다.

한 코털깎이 업체의 부스에도 10여명의 사람이 몰려 제품을 사용해보고 있었다. 이 업체 안상현 대표는 "제품을 체험하다가 같이 온 여자친구가 앞으로 꼭 정리하고 다니라며 남자친구에게 사주는 경우도 많다"며 "덕분에 하루에 100개씩 팔려고 내놓은 제품이 오후 3시면 다 팔린다"고 했다.

젊은 관람객이 많았지만, "나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꽃중년'도 많이 보였다. 동년배 친구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박창대(76)씨는 "나이에 비해 젊게 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과 화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나 같은 사람도 멋 부리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젊은이들도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는 남성 고객층을 잠재력이 큰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남성 화장품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40% 이상씩 증가했고,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대를 넘었다. '맨즈쇼 2017'을 주최한 네오션게이트 오두환 팀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남성이 참가해 남자들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며 "앞으로 매년 이맘때쯤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6/20170116001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