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 트럼프(Trump)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트럼프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 등으로 돈이 풀리면 물가가 빠르게 뛸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이런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입력 : 2016.12.19 03:00
[美 인플레이션 역사 살펴보니]
-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날까
물자 수요나 통화 공급 늘면 발생
과거에는 전쟁 같은 상황서 유발, 현대엔 재정 확대가 원인 될 수도
- 트럼프 경기 부양 정책 전망
생산성 높아지게 되면 성공적… 최근 경기 회복에 물가 상승 조짐
추가적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도
-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과거 인플레이션은 '전쟁'의 산물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은 전쟁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한 계기는 노예 해방으로 유명한 1860년대 '남북전쟁'입니다. 당시는 물건 가격을 측정해 정확히 물가지수를 산정한 후 인플레이션을 추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 상승보다는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 또는 '화폐의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개념으로 인플레이션을 인식했습니다. 당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전비(戰費) 조달을 위한 화폐 발행 증가와 관련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린백(Greenback)' 지폐입니다. 남북전쟁 이전에는 민간은행에서 발행한 은행권을 제외하고, 법정(法定)통화로서 지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금으로 전쟁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링컨 대통령이 '그린백' 발행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전쟁은 남북전쟁이 최초는 아닙니다. 독립전쟁 당시 영국과 싸우던 미국의 주(州)들은 전비 조달을 위한 '대륙화폐'라는 이름의 돈을 발행하는데, 역시 인플레이션에 기여합니다.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으로 통화 공급 증가를 꼽는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전쟁같이 대규모 재정지출이 필요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거나, 채권을 발행해 국가 부채를 늘리거나, 돈을 찍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증세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돈의 양을 늘리지 않고 채권만 발행하면 대개 이자율이 치솟거나 채권이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채권 발행과 돈을 찍는 것을 병행했고,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됐던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수요·공급 측면에서 발생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전쟁은 이 두 가지 요인을 동시에 유발시킵니다.
첫째는, 전시에 모든 설비와 원자재가 군수물자 조달 우선으로 돌아가면서 생산이 부족해지고 비용이 높아져 가격이 오릅니다. 이처럼 비용이 늘어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전비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찍은 경우처럼 화폐 공급이 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증가한 돈이 소비·투자를 비롯한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이 올라가는 것으로,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입니다.
- ▲ 사진=블룸버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방어 역할
그런데 정부 내에서 화폐의 사용 주체와 발행 주체가 같다면, 맘대로 돈을 찍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는 재정 당국(행정부)과 통화 당국(중앙은행)의 역할을 분리시켜 놓았습니다. 특히 전쟁같이 대규모 지출 증가와 통화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후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조됐습니다. 경제에는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도 문제이고 물가가 너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갖되, '인플레이션 타기팅(목표)'이라는 이름으로 물가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를 부여받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근까지 2.5~3.5%, 그리고 올해부터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 인플레이션은 재정 확장에서 촉발될 수 있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전쟁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재정정책으로 보면 전시처럼 정부 지출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감세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채권만 발행하고 추가로 돈을 찍어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정부 지출이 증가하며 자금이 공공 분야로 몰려 금리는 올라가고 민간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해 재정정책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돈을 더 많이 찍어야 합니다.
이것이 최근 '트럼플레이션'이란 말로 트럼프 정책이 미국의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까닭입니다. 만약 지금이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금융위기 때였다면 이 정책은 환영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리려는 상황이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현 경기 상황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침체된 상태라면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전시 예산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군수물자 구입이 아닌 민간 생산성을 올리는 파급 효과가 큰 부문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 미국의 효율적인 공급 능력이 강화된다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 이외에도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정책의 전체 방향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공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그 압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 효율적으로 어디에 돈을 쓸지 재정지출을 펼치는 실력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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