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12 03:06
[현대상선, 해운동맹 가입 사실상 실패… '2M'과 제한적 협력만]
- "글로벌 해운사에 놀아난 꼴"
노선 공유 없이 화물공간 교환만… 협력 기간도 10년 아닌 3년
- 해운업 구조조정 결국 실패
1위 한진해운은 사실상 파산, 2위 현대상선 '낙동강 오리알'
"한국 해운업이 글로벌 거대 해운사에 놀아난 꼴이 됐다."(한종길 성결대 교수)"부산항에 들어오려는 선박은 더 줄어들 것이다. 우리 해운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하명신 부경대 교수)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alliance) '2M'에 정식 회원사로 가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운업계에선 한국 해운업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11일 "2M과 새로운 협력을 위한 협상을 타결했다"며 "선복(배를 싣는 공간)을 교환하고 매입하는 방식의 제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정부는 "현대상선과 2M이 배타적으로 이런 제휴를 하기로 한 만큼 사실상 '해운동맹'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이 2M의 노선을 공유하지 못하는 만큼, 해운동맹 가입은 결국 실패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 ▲ 11일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2M’ 정식 가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사진은 지난 9월 부산 신항에서 화물을 싣고 있는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박. /김종호 기자
특히 해운동맹은 다른 회원사의 노선을 활용해 화물을 유치하는 것이 핵심 목적인데, 이번 계약에는 '노선 공유'가 빠지면서, 현대상선은 2M을 활용한 영업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또 2M 정식 회원사가 아니라 글로벌 해운 운임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그냥 외국 선사 배의 일정 공간을 빌려쓰는 '세입자' 수준이 된 것이다. 한종길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한국 해운사에 대한 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화주들이 현대상선의 2M 가입에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내 해운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사실상 파산하고, 현대상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선복 교환 등 제한적 협력만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2M 회원사인 머스크·MSC와 일단 일정 분량 선복을 교환한다. '선복 교환'은 컨테이너선의 적재 공간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상선의 아시아~미주 노선 선박에 컨테이너 박스 1만개를 싣는 공간과, 머스크 아시아~유럽 노선의 컨테이너 박스 1만개 공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또 현대상선과 2M은 상호 '선복 매입'도 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상선과 머스크·MSC가 필요한 노선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적재 공간'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에 대해 "2M과 현대상선만의 배타적 협력 관계를 맺었고,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며 "사실상 해운동맹 가입과 같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해운동맹 가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이다. 2M은 머스크와 MSC가 공동으로 운항 노선을 짜고, 선박도 공동으로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해운사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반면 2M은 현대상선과는 선복만 일부 공유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해운동맹 아래에서 한 집안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대상선은 2M에 셋방살이를 하는 모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거대한 2M이 세계 13위에 불과한 현대상선과의 협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선복 교환이나 매입은 해운동맹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2M이 강력한 경쟁자인 한진해운을 견제하기 위해 현대상선에 해운동맹 가입을 제안했다가, 막상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현대상선을 버렸다는 음모론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 구조 조정으로 국내 1·2위 해운사 모두 벼랑 끝 위기로"
현대상선의 2M 가입 실패로 지난해 11월 이후 진행된 해운업 구조 조정은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선박 대여료) 재협상’, ‘해운동맹’ 가입을 전제로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가입에는 성공했으나,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 협상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현대상선은 2M과 가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은 상태에서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 재협상에 성공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상선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2M 가입에 실패함으로써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대체하는 해운사가 되기는 어렵게 됐다. 하명신 교수는 “지나치게 금융 논리로 해운업에 접근하면서, 결국 국내 1·2위 해운사가 모두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선대 규모·재무 상태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협상을 잘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철저히 이행해 국내 해운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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