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1 03:05
4차 산업혁명 대전환기에 정부는 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 집중 육성 강조하지만
특정 분야 찍어서 지원보다는 매 순간 최고의 선택 하도록 사회 작동방식 바꿔야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은 이후 대응책 마련에 정부가 분주하더니 정치권까지 이를 대선 경쟁의 화두로 삼으려 하고 있다. 대전환기에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 유력한 산업을 육성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경제 전문가들은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기술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근본적 원인은 미래 예측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가지는 체질적인 회의주의 때문이다.
이 정서를 잘 나타내는 질문이 '이번에는 다를까'이다. 18세기 이후 기계화, 자동화, 정보화를 거치는 동안 신기술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격렬했던 러다이트 운동(영국의 기계 파괴 운동)도 지금은 당시의 무지가 빚은 기우로 치부될 뿐이라는 것이다. 즉, 기술 발전이 인간 노동을 필요 없게 만들기는커녕 좀 더 생산성 높은 새로운 직종이 창출돼 높은 임금과 소비, 성장을 이끈 것이 실제 역사인데 이런 선순환이 이번에는 없을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대거리다.
기술계의 반론은 "이번 변화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산 능력과 알고리즘의 비약적 발전은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창의적이라 간주됐던 많은 영역까지 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번역이나 운전, 건축 설계 등 기계로 대체되는 영역이 빠르게 늘고 있으니, 진정 창의적인 노동이 있기는 한 것인지, 남아 있다 해도 그 지위를 얼마나 누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단절을 메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어날 가능성이 100%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막대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둘째, 기술 변화의 결과는 예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근력을 대체했던 기계화와 자동화, 인간 지능을 뛰어넘었던 컴퓨터 발전이 우려와 달리 인간 생활의 풍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초래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경제와 사회가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했기 때문이다. 보편 교육으로 인적 자본 수준을 높여 발전하는 기술과 나란히 뛰도록 했고, 복지 및 재분배 강화를 통해 빈부 격차로 위태로워진 사회 통합을 지켜냈다.
흔히 4차 산업의 기술적 본질은 기존 기술과 정보화의 범용적 결합이라 한다. 이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재해석하자면, 기술 및 창업에의 장벽이 낮아지고 각계의 자발적 융합과 창발성이 성공의 핵심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 내 지식과 인력, 자본이 원활히 이동하고 상호 간의 결합과 해체를 쉽게 만드는 시스템 개혁이 핵심이다. 또한 실제로 자본이 노동을 급속히 대체하게 된다면 소수에 수익이 집중될 테니 더욱 적극적인 재분배와 일자리 나누기가 불가피하다.
요는 특정 영역을 찍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많은 갈림길 중 가장 나은 경로를 각자 밟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을 민첩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공교육을 선진화해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구조 개혁과 규제 개혁을 통해 우리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육성과 양성'에 매진했던 마음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