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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멕시코 자동차 G7의 비결

최만섭 2016. 9. 13. 06:36

[특파원 리포트] 멕시코 자동차 G7의 비결

입력 : 2016.09.13 03:06

김덕한 뉴욕 특파원
김덕한 뉴욕 특파원
멕시코가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건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멕시코 자동차 내수 시장은 지난해 135만대 규모로 세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고, 자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전무하다. 그런데도 2억 넘는 인구에 257만대의 내수 시장을 가진 브라질보다 생산량이 많다.

멕시코가 자동차 G7이 된 건 '저렴한 생산비'와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앞세워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들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GM·도요타·르노닛산·포드·혼다·폴크스바겐·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멕시코에 2개 이상의 공장을 돌리고, BMW도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차를 만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49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멕시코는 연관 산업 효과가 어느 업종보다 크고 고용 효과도 엄청난 자동차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7일 멕시코 동북부 누에보레온 주(州) 페스케리아 시(市)에 새로 지은 기아자동차 공장 준공식 취재를 하면서 그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멕시코는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지은 기아차가 북·중미 2공장 입지를 두고 미국 남부와 멕시코 사이에서 고민하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협력 업체 부지까지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500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이었다. 멕시코 내 자동차 생산량의 10%를 한국에서 무관세로 수입해 팔 수 있도록 해주는 기존 혜택을 기아차에는 확대 적용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계약 당시 주지사가 퇴임한 후 새로 선출된 주지사가 처음엔 용납할 수 없는 특혜라며 "계약을 다시 하자"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멕시코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으로 공장을 앞당겨 완공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준공식장에서 만난 멕시코 기자에게 "해외 업체에 땅을 공짜로 주고 세금도 몇 년씩 안 받고도 이익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허허벌판에 10억달러가 넘는 자동차 생산 기지가 생기고 일자리가 1만개나 생기는데 왜 이익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을 놓고 세계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품질, 생산성 같은 기본기는 물론이고 무역 장벽, 글로벌 환율 게임 같은 외적 요인과도 싸워 이겨야 한다. 글로벌 업체들은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는 생산 기지를 곳곳에 만들어놓고 환율, 인건비 등의 변동에 따라 각 공장의 생산 대수를 조절하는 처방까지 쓴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했던 중국 시장의 내수 성장이 주춤하자 '중국의 시간당 인건비 는 4.2달러로 멕시코의 3.3달러보다 훨씬 높다'는 계산을 이미 끝냈다. 자국에다 생산을 '올인'하는 애국적 방식으로는 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조건이 유리한 곳에 생산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는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의 노동자들도 싫든 좋든 자기 회사 외국 공장 노동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게 냉혹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