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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최만섭 2016. 8. 30. 09:29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꽃말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

두꺼운 껍질로 자신을 감싸고 있어 한없이 차갑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 처음엔 겉으로 보이는 환한 미소를 좋아했지만 언뜻 비치는 그의 외로움이 전해져 더욱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세계로 타인을 들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 오랜 두드림에 잠깐 열린 듯싶다가도, 기회만 있으면 이내 문을 닫고 자신만의 차가운 세계로 돌아가고 말았으니까.

자신 안에 갇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마주볼 수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사람들로 인한 외로움은 결국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오래도록 들여보다 결국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가진 수선화(나르시스)를 볼 때마다 참으로 외로워보였던 그가 떠오른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