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천일야화

[재미있는 과학] 엘니뇨 끝나자, 장마전선 부쩍 힘 세졌어요

최만섭 2016. 7. 5. 05:50

[재미있는 과학] 엘니뇨 끝나자, 장마전선 부쩍 힘 세졌어요

입력 : 2016.07.0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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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엘니뇨]

적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열과 수증기가 태평양에 흩어져
작년·재작년 장맛비 적게 왔죠

올해 엘니뇨 반대인 '라니냐' 영향… 우리나라 태풍 적지만 강할 수도

어제 충청 지방에는 시간당 강수량 40㎜의 강한 비가 와'양동이로 쏟아붓는 수준'의 장맛비가 내렸어요. 오는 6일까지 비구름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활성화돼 지역별로 100~200㎜의 많은 비를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어요. 한동안은 우산 없이 다니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될 거예요. 3년 만에 찾아온 '장마다운 장마'예요. 작년과 재작년엔 장마 기간 적은 비가 내린 '마른 장마'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장마는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서로 만나 장마전선을 이루고 특정한 지역 위를 왔다 갔다 하며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이에요. 우리나라에 장맛비를 내리게 하는 두 기단은 뜨겁고 습기가 많은 열대성 기단(氣團·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갑고 습기가 많은 한대성 기단인 '오호츠크 해 기단'이지요. 북태평양 고기압은 일본 동쪽에서, 오호츠크 해 기단은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이동해 한반도 근처에서 만나 장마전선을 이뤄요.

이러한 장마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엘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 아이'라는 뜻으로 적도 근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인데요. 지난 2년간 마른장마가 이어졌던 것도, 올해 장마가 예전처럼 돌아온 데에도 엘니뇨가 큰 영향을 미쳤죠.

'엘니뇨' 물러가자 장마다운 장마 내려

약 2~7년 주기로 찾아오는 '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장마철 강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멀리 있는 적도 바다의 수면온도가 5개월 이상 0.5도 상승한 상태로 유지되는 엘니뇨 현상이 우리나라의 장맛비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재미있는 과학] 엘니뇨 끝나자, 장마전선 부쩍 힘 세졌어요
/그래픽=안병현
엘니뇨는 열대지역에서 부는 바람인 무역풍이 약해져 나타나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던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에 있는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이동해요. 그 결과 동태평양 지역의 차가운 물은 해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적도 근처 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해요. 열이 동태평양 쪽인 아메리카 대륙의 페루라는 나라까지 넓게 퍼지면, 일본 동쪽에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은 따뜻한 습기를 충분히 모으지 못해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 우리나라 근처로 장마전선을 밀어올리는 힘이 약해져요. 그래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마른 장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하는 거지요.

엘니뇨 현상은 단순히 적도 바다가 뜨거워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지구 여러 지역의 고기압, 저기압을 강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거죠. 고기압이 세진 지역에서는 폭염이나 고온 현상, 저기압이 심해진 지역에서는 폭우나 홍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최근에는 2년여간 계속되던 엘니뇨 현상이 올해 초부터 사그러들었다고 해요. 북태평양 고기압도 힘을 얻어 다시 활성화돼 올여름엔 '장마다운 장마'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올해 하반기에는 '라니냐'가 태풍에 영향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엘니뇨 현상이 물러가자 '라니냐(La Nina·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며 적도 지방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라니냐는 태풍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어떤 현상인지 살펴볼까요?


라니냐는 엘니뇨 현상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답니다. 적도 근처에서 동풍인 무역풍이 강하게 불어, 동태평양 냉수가 서쪽으로 이동하면,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지요. 바닷물의 온도가 다른 해의 평균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계속 되면 전 세계에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와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는 홍수가 날 수 있죠. 페루, 칠레가 있는 남미 지역에는 건조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심각한 가뭄이 나타난다고 해요.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특히 엘니뇨가 물러간 이듬해 라니냐가 나타나면 폭우나 가뭄이 나타날 수 있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어요. 날씨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농사도 망치고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이 오거든요.

대기와 해양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라니냐는 태풍의 발생 지점을 서북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때문에 통상 적도 부근에 많이 발생하는 태풍이 올여름에는 필리핀 동쪽 바다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어요. 첫 발생 지점이 적도(위도 0도)보다 우리나라(위도 37도)에서 가까운 필리핀 (위도 15도) 부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1개 정도로 예상된다고 해요. 최근 30년 평균(2.2개)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지요. 이 태풍이 진로를 바꿔 우리나라로 향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수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지 않은 채로 한반도로 올 수 있으니 라니냐가 나타나도 태풍은 늘 단단히 대비할 필요가 있죠.

오래전 조상들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어요. 언제 비가 내릴지, 얼마나 많이 내릴지 예상하는 건 꿈같은 일이었어요. 현재 기상 예측 기술은 태평양 바다의 온도가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현상을 관찰해 앞으로 비가 많이 내릴지 예측해내는 수준까지 도달했어요. 모두 꾸준한 연구 덕분이에요.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