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천일야화

잦아진 지구촌 폭염·폭우… 이상기후가 '뉴 노멀' 된다

최만섭 2016. 6. 6. 13:17

잦아진 지구촌 폭염·폭우… 이상기후가 '뉴 노멀' 된다

지구온난화로 이상고온 속출 "올해, 사상 가장 더운 해 될것"
美·유럽 폭우, 엘니뇨 후폭풍說
최악 가뭄에 시달렸던 동남아, 5월 이후엔 폭우·홍수로 신음

2030년 홍수 피해 노출 인구(추정) 정리 표
올봄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동남아 지역에서 이달 들어 폭우로 인한 홍수가 잇따르고 있다. 4일(현지 시각) 태국 동남부 관광지 코창섬에서 폭우로 2층 호텔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3일부터 쏟아진 비로 보르네오섬 남서부 팔랑카라야시(市)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팔랑카라야시는 시내 주요 도로가 0.5~1m 깊이로 침수됐고, 일부 지역은 최고 수위가 2m에 달했다.

태국·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상 고온 속에 가뭄에 시달렸다. 60년 만의 가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태국 북서부의 매홍손시(市)는 지난 4월 28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4.6도로 4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지난달 31일부터 창장(長江)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235㎜ 폭우가 쏟아져, 9개성(省)에서 이재민 165만명이 발생했다. 중국 홍수강수방지대책총지휘부는 "올해 3월 이후 홍수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114억위안(약 2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상황은 미국과 유럽 등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텍사스주(州)에서는 지난 1일부터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져 텍사스 주지사가 관내 31개 지역에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독일·루마니아·벨기에 등지에서도 지난주부터 이어진 폭우로 홍수 피해가 발생해 16명이 숨졌다. 독일보험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액이 4억5000만유로(약 595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소 떼 대피시키는 텍사스 카우보이 - 4일(현지 시각) 홍수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州) 셔냉고 인근의 한 침수 지역에서 말을 탄 카우보이들이 소 떼를 더 높은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1일부터 내린 폭우로 관내 31개 카운티에 비상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소 떼 대피시키는 텍사스 카우보이 - 4일(현지 시각) 홍수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州) 셔냉고 인근의 한 침수 지역에서 말을 탄 카우보이들이 소 떼를 더 높은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1일부터 내린 폭우로 관내 31개 카운티에 비상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AP 연합뉴스

지난 4월 이후 이상 기후 현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동남아와 인도 등은 '4월 폭염'에 시달렸고, 미국·유럽 등은 '5월 폭우'가 속출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지구 온난화로 올해가 지난해에 이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곳곳에서 물난리가 벌어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강우 메커니즘을 바꿔놓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대학 연구진은 지난달 '지구물리학 연구지'에 호주에 내린 1300여건의 강수 패턴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온대 저기압이 형성되는 빈도가 낮아지고 크기도 작아졌지만, 대신 저기압 중심부에 수증기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좁은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데일리' 인터뷰에서 "갑작스럽게 좁은 지역에 걸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짧은 시간 동안 퍼붓는 '국지성 집중 호우'가 열대·온난대·아열대성 기후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캐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지에서 발생한 폭우도 이런 패턴"이라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우 생성 과정 그래픽

이번 대홍수가 '엘니뇨' 현상의 후폭풍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국가기후센터의 저우빙(周兵) 수석 전문가는 "2014년 9월 발생한 엘니뇨는 올 4월로 끝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찾아온 대기 불안이 엘니뇨 때보다 더한 열대·계절성 폭풍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십년간 지구촌이 홍수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 정책 전문가 인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AP통신에 "우리는 이제 폭우와 홍수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2030년이 되면 연간 홍수 피해에 노출되는 전 세계 인구가 8억2400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