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콘택트 렌즈가 혈당 측정… 투약까지 척척

최만섭 2016. 6. 2. 05:47
콘택트 렌즈가 혈당 측정… 투약까지 척척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력 : 2016.06.02 03:07
  • [사이언스] 포스텍 한세광 교수 연구진 개발

    눈물 속 당분으로 혈당 측정
    센서가 측정한 수치 칩으로 전달, 기준치 넘으면 약물 방출 신호
    "혈당만 측정하는 렌즈는 3년내… 약물 방출 제품은 5년내 상용화"

    당뇨 환자는 매일 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 혈당(血糖) 수치를 측정해야 한다. 머지않아 이런 번거로운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약물까지 자동으로 투여하는 '똑똑한' 콘택트 렌즈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당뇨연합은 2035년이면 인구 10명당 1명꼴로 당뇨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 열릴 의료기술 시장을 두고 콘택트 렌즈 회사들 간의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혈당 측정에서 약물 전달까지 가능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과학기술 뉴스사이트 '스펙트럼'은 최근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연구진이 당뇨로 인해 망막이 손상된 환자를 위해 혈당 측정과 약물 투여 기능을 동시에 갖춘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 콘택트 렌즈는 말랑말랑한 소프트 콘텍트 렌즈 두 개를 겹치고 그 사이에 전자회로를 넣은 형태다. 핵심은 혈당 측정 센서다.

    스마트 콘택트 렌즈 설명 그래픽
    혈액과 마찬가지로 눈물에도 글루코스라는 당분이 녹아있다. 혈당 수치와 눈물 속 당분 수치는 비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눈물의 당분을 측정해 혈당 수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눈물에 있는 당분이 센서에 붙어있는 당 분해효소와 결합하면 과산화수소가 발생한다. 과산화수소는 수소와 산소로 나눠지면서 전자를 내놓는다. 즉 더 많은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이런 전류의 변화를 파악하면 당분 수치를 알아낼 수 있다. 실험에서 당 농도가 높아지면 전류도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센서가 측정한 혈당 수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으로 전달된다. 만약 혈당 수치가 기준치를 넘으면 칩에서 약물 방출 신호를 낸다. 칩 바로 옆에는 10개의 초소형 약물 저장소가 있다. 칩이 신호를 보내 전류가 흐르면 저장소 입구를 막고 있던 금박이 녹아 내린다. 이후 안에 있는 약물이 밖으로 나와 눈으로 흡수된다. 한세광 교수는 "혈당을 낮추는 약물은 3일에 한 번 정도 투여하면 되므로 콘텍트 렌즈 하나로 한 달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콘택트 렌즈에 있는 코일은 센서가 측정한 정보를 외부 기기로 보내고 전기를 전송받는 역할을 한다. 포스텍 연구진은 혈당 측정 기능만 갖춘 렌즈는 3년 이내, 약물 방출 기능까지 추가한 제품은 5년 이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 콘택트 렌즈를 만드는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의 공동 개발 논의도 시작했다.

    녹내장 환자용 렌즈는 판매 중

    안압 측정 렌즈 - 스위스 센시메드의 녹내장 환자용 콘택트렌즈 ‘트리거피시’를 낀 모습. 렌즈 안에 안압(眼壓) 센서가 들어 있어 수시로 안압을 측정한다.
    ▲ 안압 측정 렌즈 - 스위스 센시메드의 녹내장 환자용 콘택트렌즈 ‘트리거피시’를 낀 모습. 렌즈 안에 안압(眼壓) 센서가 들어 있어 수시로 안압을 측정한다. /센시메드 제공
    질병 진단용 콘택트 렌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도 혈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2014년 나온 시제품을 보면 고리 형태의 코일과 초소형 센서, 칩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글은 현재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연구를 같이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콘택트 렌즈 제조사이기도 하다. 구글의 혈당 센서도 당 분해효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송용원 박사도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와 함께 2014년 눈물에 있는 글루코스를 분석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해 콘택트렌즈에 넣는 데 성공했다.

    이미 상용화된 질병 진단용 콘택트 렌즈도 있다. 스위스 센시메드가 개발한 녹내장 환자용 '트리거피시'는 유럽에 이어 지난 3월 미국 시판 허가도 받았다. 실명(失明)을 유발하는 2대 질환이 녹내장과 당뇨병성 망막질환이다. 녹내장은 안압(眼壓)이 높아져 신경을 손상시키는 질병이어서 평소 눈의 압력이 높아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트리거피시 콘택트 렌즈에는 안압 센서가 들어있다. 안압이 높아지면 각막이 콘택트 렌즈를 압박한다. 이러면 렌즈 안의 센서가 모양이 바뀌면서 압력을 측정한다.

    최근의 흐름은 진단과 투약의 결합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알리 에티센 교수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에 발표한 논문에서 "의료용 콘택트 렌즈는 질병 진단에 그치지 않고 약물 전달 기능까지 갖출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