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 양립 고민한다면 기왕이면 일을 놓지 않았으면
'나는 대체불가능' 확신을 사회속에서 얻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
![임경선 작가 사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5/17/2016051703560_0.jpg)
마지막으로 회사에 다녔을 때가 2005년이었다. 12년간 회사 생활을 했고 그 후로 11년째 전업작가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2005년에 왜 회사를 그만두었느냐면 오랜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이 세 번째로 재발했고 그게 아니라도 과로와 공황장애로 몇 번이고 회사에서 응급실로 실려가곤 했다. 당시의 나는 만족을 몰랐다. 주변의 칭찬이나 인정을 절대적으로 원했고 질책을 받거나 비난을 들으면 끙끙 앓았다. 100명을 다 만족시키려는 욕심이 나를 주저앉게 했다. 죽지 않기 위해서 몸이 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그렇게 몸이 크게 한 번 아프고 나면, 삶이나 일에 대한 관점이 확 달라진다고들 한다.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서 일보다 건강이 최우선이 되고 야망이나 성공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변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에 대한 나의 태도는 하나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여유롭게 노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즐겁고 인생에서 '일'이 주는 절대적인 충족감이 필요했다. 물론 이제는 몸을 해치는 정도까지 무리하는 것은 브레이크를 걸게 됐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 추구'라는 가치를 위해 본업에 소극적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어쩌면 강제적으로 쉬어야 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거꾸로 내가 얼마나 일하는 기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한데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노력'이나 '성실함' 같은 단어를 쓰는 일이 촌스러워졌다. 소득 양극화, 사상 최고 실업률, 막힌 계층 이동 같은 환경에서는 뭘 해도 안 되니 열심히 일해봤자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다. 또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워커 홀릭'이라 나무라며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지운다. 하지만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인간이 바보처럼 우스워지는 시대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어느 시대에나 인간에겐 개인적인 차원에서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성실하게 애쓰는 사람들로부터 늘 자극받고 '나도 힘내야지' 같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칼럼 관련 일러스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5/17/2016051703560_1.jpg)
노력해서 일하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거라고 장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성실히,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적어도 안 한 사람에 비해 '그 나름의 것'이 주어진다. 게다가 열심히 일하면 주저앉아 한숨만 쉬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자기 혐오에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신난다. 하다 보면 종종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그러다 보니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일을 포기할지를 고민하는 여성분들에게도 '기왕이면 일을 놓지 마라'고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 '나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사회 속에서 얻는 자신감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한 몸과 좋은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