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정말 정말 운 좋은 경우고요, 한국엔 '투자의 귀재'가 와도 안 돼요. 장담컨대 1~2년 안에 짐 싸서 가버릴걸요."
고객 돈 수천억원을 굴리는 촉망받는 신예 펀드매니저 A씨가 최근 이런 소리를 했다. A씨가 말한 '그 사람'이란 국내에서 처음으로 10년간 한 펀드를 굴려온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 '투자의 귀재'란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그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A의 말을 풀자면, 한국에서 한 펀드를 10년이나 운용할 수 있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한국 시장 상황이 워낙 변덕스러운 데다 투자자들이 극히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기 때문에 장 담그듯 몇 년씩 한 회사에 투자하는 버핏식 투자는 애초 불가능하단 얘기다.
A씨뿐만 아니었다. 업력(業歷) 30년인 한 자산운용사 B 대표도 최근 "정말 지친다"며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개인투자자, 대형 기관투자자 가릴 것 없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왜 이익이 나지 않느냐 따지기 시작해, 1년도 못 기다리고 투자금을 회수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돈이 빠지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꺾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주식 투자란 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기업 성장은 하루 이틀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2~3년은 기다려줘야 합니다. 분기 안에 이익을 내란 건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으란 소리나 마찬가지예요."
요즘 여의도에서 투자 성적이 제일 좋다는 이들의 얘기라서 단지 푸념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6%인 시대에도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은 무려 15.9%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디서 어떻게든 물고기 잡아내길 바라는 게 한국 투자자들이다. 기대 수익률은 높은데 위험에 대한 감내 정도는 낮은 모순 덩어리이기도 하다. 투자 전문가들이 속상할 만하다.
하지만 투자자 편에서 생각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이 참을성 없는 투자자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2000년대 중반 펀드 붐을 일으킨 대형 공모 펀드에 빠지지 않고 투자했던, 하지만 결론적으로 돈 번 경험은 없는 지인은 "수익률이 여태 마이너스라 아까워서 환매 못하고 있는 펀드 빼고는 이제 몽땅 다 정리했다. 앞으로 웬만해선 펀드 투자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초단기 조급증이 한국인의 냄비 근성에서 체질적으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간 일부 대형 운용사들이 보여온 한탕주의 운용 행태에 '학습'된 것인지 아리송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는 아니
[기자의 시각] 버핏도 울고갈 韓 펀드시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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