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조조정-[데스크에서] 구조조정도 中에 뒤지나

최만섭 2016. 4. 30. 11:24

[데스크에서] 구조조정도 中에 뒤지나

안용현 정치부 차장 사진
안용현 정치부 차장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는 1990년대 말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중국 경제를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총리에 오른 그는 국유기업 개혁, 은행 부실채권 정리, 부패와의 전쟁 등을 밀어붙여 '철혈(鐵血) 재상'이란 별명을 얻었다. 덕분에 1999년 7.6%까지 떨어졌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그가 물러나던 2003년에는 10%까지 반등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주룽지식 구조조정 3년 만에 1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중국에서 유행한 단어가 '샤강차오(下崗潮)'였다. '직장(崗)에서 내려오다(下)', 즉 실업의 조류(潮)가 거셌다는 의미다. 요즘 중국에선 '샤강차오'가 다시 돌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 지도부가 철강·시멘트·조선 등 과잉 생산 분야에 대한 수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커창 현 총리는 주룽지 전 총리처럼 과감하게 메스를 휘두르지는 않고 있다. 주룽지 시대만 해도 실직한 노동자가 공산당을 상대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중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 노동인권단체인 중국노동회보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중국서 발생한 시위가 1000건을 넘는다"고 했다. 20년 전처럼 '샤강차오'가 닥치면 실업자의 시위 물결이 중국 주요 도시를 덮을 수도 있다. 자칫 국가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걸 그는 잘 안다. "샤강차오는 없을 것"이라고 노동자들을 달래면서도 올해 철강·석탄 분야에서 180만명의 실업자를 예상하고 이들의 일자리를 재배치할 재원으로 1000억위안(약 17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구조조정 대신 4조위안(약 700조원)의 돈을 쏟아붓는 경기 부양책을 택한 결과를 그는 잘 알고 있다. 중국 경제는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부동산 거품과 과잉 생산이라는 지금의 문제를 낳았던 것이다.

중국은 선거로 지도부를 뽑지 않는다. 실업이 초래할 정치적 부담을 고민하지만, 구조조정을 미뤘다가 더 큰 화(禍)가 닥치는 것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리커창이 "매년 취업자가 1000만명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면 (성장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일자리 창출로 실업의 위기를 넘겠다는 의미다.

구조조정은 우리 사회에서도 최대 화두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개별 기업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한가한 소리를 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의 책임을 떠안지 않 으려는 눈치다. 반면 산업 각 분야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은 최고지도부가 나서서 한계 기업 퇴출과 실업 대책을 동시에 추진한다.

정치인이 표를, 공무원이 행정 부담을 먼저 떠올리는데 구조조정의 추진력이 생길 리 없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에 역량을 집중할 시간도 많지 않다. 구조조정에서도 중국에 밀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