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스크에서] 금융 혁신, 마윈처럼 하라

최만섭 2016. 4. 29. 10:45

데스크에서] 금융 혁신, 마윈처럼 하라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국내 은행장들을 만나면 여전히 '중국에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얘기합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불러온 중국 금융의 혁신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중국 경제를 전공한 교수에게서 최근 들은 말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이 2013년 6월 출시한 '위어바오(餘額寶)'란 혁신적 금융 상품은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작년 말 가입자는 2억6000만명에 이른다. 중국 인구 13억명의 20%가 사용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중국에 세운 알리바바를 2014년 미국에 상장해 세계적 명사가 됐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인의 '금융 필수품'도 만들어 냈다.

위어바오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은행 송금이나 신용카드가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선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도 돈을 믿고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마 회장은 고객이 현금을 인터넷 쇼핑몰에 있는 자기 계좌에 미리 넣어 두게 하고 물건을 받으면 판매자에게 돈을 건네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게 위어바오다. '고객이 미리 맡긴 현금에 이자를 붙여주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온라인 쇼핑용 소액 결제 금액에 이자를 주는 상품이 탄생했다. 마 회장은 더 나아가 위어바오를 스마트폰에서 쉽게 작동하는 '손안의 금융 상품'으로 만들었다. 수익률은 은행 금리의 2배에 가까웠다. 인터넷 쇼핑몰 결제나 소액 대출 서비스와도 연계했더니 고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지난달 말 현재 위어바오에 몰린 돈이 7626억위안, 약 134조원이다.

'철밥통' 국영 은행들도 위어바오에 자극받아 고금리 상품을 내놨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 메신저 고객 8억명을 보유한 '텅쉰(騰訊)' 등도 잇따라 모바일 금융 상품을 내놨다. 작년 중국에서 인터넷 개인 간 대출(P2P 금융)이 3배 가까이 성장하는 데도 자극제가 됐다. 위어바오는 '중국 금융은 후진적'이란 통념을 깼다.

마윈 회장이 중국 금융에 '혁신'의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업체의 눈으로 금융을 봤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에 순응하지 않고 고객 이익을 앞세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금융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때마다 회사 안팎에서 '규제에 걸리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이가 많았다. 은행에 물어보면 '안 된다'고만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직원들에게 '지금 꼭 하자'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를 싫어하거나 뭐가 잘못돼서 누군가 감옥에 가야 한다면 내가 가겠다고 했다. 대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라고 했다." 고객이 급속히 불어나자 금융 당국은 현실을 인정하고 지원 카드까지 꺼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014년 시중은행 등이 위어바오에 반대하자 "위어바오 등 신(新)금융 상품을 지지하고, 절대로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에서 마윈 회장을 뛰어넘을 혁신가가 나오지 않는 한 더는 '중국에 한 수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