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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몸과 로봇이 결합된 '사이보그(cyborg)' 딱정벌레

최만섭 2016. 4. 28. 10:34

센서로 딱정벌레 조종… 생존자 수색한다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력 : 2016.04.28 03:06

  • ['사이보그 딱정벌레' 날개 이어 다리 조종하는 데 성공]

    딱정벌레 다리 근육에 전류 흘려 기어가는 속도 완벽하게 제어
    "건물 좁은 틈 사이로 날면서 생존자 찾는 데 쓸 수 있어"
    장애물도 본능적으로 피하는 '살아있는 드론'으로 활용

    봄날 흐드러지게 핀 꽃에는 다양한 곤충이 몰려든다. 아프리카에 사는 '토르쿠아타(torquata)' 꽃무지도 이름처럼 꽃에서 자주 보이는 딱정벌레다. 머지않아 꽃무지를 만나면 등에 뭐가 달렸는지 살펴보아야 할지 모른다. 과학자들이 꽃무지에 칩과 전극을 심어 비행 방향과 보행 속도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살아 있는 몸과 로봇이 결합된 '사이보그(cyborg)' 딱정벌레가 탄생한 것이다. 초소형 카메라나 센서를 달면 재난 현장을 누비며 조난자를 찾는 살아 있는 드론(무인기)이 될 수 있다.
    •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밭의 물결을 이루었다. 출처 : 문순태, 피아골 (표제어:흐드러지다)

    • 꽃이 피고 나비가 넘노는 흐드러진 봄날이었다. 태후는 잔치를 열고 왕을 청했다. 출처 : 박종화, 다정불심 (표제어:흐드러지다)

    • 흐드러진 웃음소리 (표제어:흐드러지다)

    • 천원댁 익살이 하도 흐드러져 금방 웃음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출처 : 송기숙, 녹두 장군 (표제어:흐드러지다)

    • 만석이는 낫을 부채 삼아 너름새까지 흐드러지게 넣으면서 흥겹게 가락을 뽑았다. 출처 : 한무숙, 돌 (표제어:흐드러지다)


    근육 자극 달리해 보행 속도 조절

    싱가포르 난양공대 사토 히로타카 교수 연구진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인터페이스'에 토르쿠아타 꽃무지의 보행 속도를 전기신호로 완벽하게 제어했다고 발표했다. 꽃무지는 전기신호에 따라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뻗어가며 기어가거나, 마치 말이 전력 질주할 때 나오는 갤럽(gallop) 동작처럼 짝이 되는 좌우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이동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연구진은 길이 6㎝ 몸무게 8g 정도인 꽃무지를 고속카메라로 촬영했다. 동영상을 분석해 꽃무지가 일반적인 속도로 기어가거나 아니면 전속력으로 달릴 때 다리를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 알아냈다. 다음에는 꽃무지의 맨 앞 두 다리를 움직이는 근육에 6개의 전극을 심었다. 다리를 뻗거나 오므릴 때, 또는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내릴 때 작동하는 근육들이 대상이었다.

    꽃무지가 일반 속도로 기어갈 때는 먼저 오른쪽 다리를 뻗어 들고, 동시에 왼쪽 다리는 오므리고 내린다. 다음엔 오른쪽 다리를 뻗어 내리고, 왼쪽은 오므리고 올린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걷는 보행 형태가 나온다. 연구진은 이 순서에 맞춰 전류를 흘려 근육을 자극했다. 꽃무지는 예상대로 두 다리를 번갈아 가며 기었다.

    전력 질주는 달랐다. 이번에는 먼저 좌우 다리를 동시에 뻗어 올리도록 해당 근육에 전류를 흘렸다. 다음에는 좌우 다리를 뻗은 상태에서 아래로 내리고, 오므리고 내렸다가 오므리고 올리는 동작 순으로 이어지도록 자극을 줬다. 꽃무지는 마치 수영장에서 접영을 하듯 좌우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빠르게 이동했다.

    재난 현장 누비는 살아 있는 드론

    연구진은 작년에는 미 UC버클리 미셀 마하르비즈 교수팀과 함께 세계 최초로 꽃무지의 자유비행을 조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당시엔 6개의 전극을 경피(硬皮) 근육에 연결했다. 경피 근육은 1800년대 이래 지금까지 딱정벌레가 날개를 접을 때 쓰는 근육으로 알려졌다. 꽃무지의 등에는 전극으로 전기신호를 보내는 전자회로와 컴퓨터에서 보내온 무선신호를 받는 안테나, 배터리가 달렸다. 공중을 나는 꽃무지에 왼쪽 근육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보내자 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년 실험을 통해 날개 접는 용도로만 알려졌던 경피 근육을 방향 선회용으로 쓸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사토 교수는 "사이보그 딱정벌레는 재난 현장에서 건물의 좁은 틈 사이로 날면서 생존자를 찾는 데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도 드론이 있지만 좁은 틈을 날도록 작게 만들기가 어렵다. 센서와 모터 등을 모두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딱정벌레는 이미 초소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기성품 로봇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소비도 지금 드론보다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딱정벌레 스스로의 능력도 활용할 수 있다. 드론이나 로봇이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명령을 내리려면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사이보그 딱정벌레라면 장애물 앞에서 따로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딱정벌레가 본능적으로 장애물을 피해 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지구상 생물 75%를 차지한 곤충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발물 냄새 찾는 사이보그 나방

    미 국방부는 2000년대 들어 곤충을 초소형 사이보그로 만드는 연구를 지원했다.

    2008년 미 코넬대의 데이비드 스턴 교수팀은 박각시나방에 전극을 심어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나방은 후각이 뛰어나 폭발물을 찾는 데 적합하다. 이에 비해 꽃무지는 힘이 세 카메라나 센서를 장착하기에 용이하다. 수명도 5~6개월로 길다. 처음엔 뇌나 더듬이를 직접 자극했지만 지금은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쓴다. 마하르비즈 교수팀은 LED(발광다이오드)로 뇌의 시각신호 처리 부위를 자극해 방향을 바꾸는 방법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