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봄에 유독 코가 간질간질… '알레르겐' 때문이래요

최만섭 2016. 4. 13. 16:13

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봄에 유독 코가 간질간질… '알레르겐' 때문이래요

입력 : 2016.04.13 03:09

[꽃가루 알레르기]

참나무·삼나무·자작나무에 많아
몸에 들어오면 면역 세포 과민 반응… 기침·재채기·콧물 나오게 해
봄·가을 외출 자제, 손 깨끗이 해야

혹시 최근에 꽃놀이를 다녀왔다가 재채기가 심해졌거나 콧물이 흐르고 눈에 결막염이 생겼나요? 이런 증상을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불러요. 오늘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과민 반응 일으켜

꽃가루 알레르기는 주로 바람으로 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가 주로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어요. 풍매화란 암술머리에 붙어 있는 꽃가루를 수술로 옮기는 일을 바람의 도움을 받아 하는 꽃을 말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삼나무가, 가을철 쑥·돼지풀·환삼덩굴 등의 잡초가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지요. 주로 호흡기에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사람에 따라 결막염, 두드러기, 전신 발작도 발병시켜요.

우리 몸은 외부에서 세균·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이나, 꽃가루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즉각 이들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갖춰요. 그리고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면역 반응을 보이지요.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 미생물이나 이물질이 제거되면 면역 반응을 멈추지만, 면역 세포가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러한 과민 반응을 알레르기라고 부르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부르지요. 꽃가루 알레르기의 알레르겐은 정확히 말하면 꽃가루 속 단백질이랍니다.

[의학이야기] 봄에 유독 코가 간질간질… '알레르겐' 때문이래요
▲ /그림=안병현
우리 몸이 꽃가루 속의 단백질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 세포들이 '나 불렀니?' 하며 나서기 시작해요. 이들의 이름은 IgE 항체, 비만세포(Mast cell), 그리고 호산구(basophil)이지요. 이 세포들이 활성화되어 합동작전을 펴면 혈관을 확장, 수축하게 하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나와 기관지를 간질간질 간지럽히지요. 모든 인체는 이물질의 침입에 대해 콧물을 흘리고, 기침·재채기를 하는 면역 반응을 보이는데, 유독 특정 물질에 과민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꽃가루 속의 단백질을 들이마신 후 즉시 비염·피부염·결막염 등 증세를 보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을 '즉시형 과민 반응'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만약 꽃가루 알레르기로 심하게 고생하고 있다면, 특정 꽃가루를 자꾸 흡입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아야 해요. 특정 꽃가루 속의 단백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혈관 확장이나 기관지 수축이 급속히 일어나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지기 때문이에요.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심하게 앓던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많답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심각해질 수도 있어요

꽃가루의 발생 시기·발생량·분포는 기후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기후 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꽃가루 발생량이 많아져요. 꽃가루의 발생 시기 또한 빨라지고 발생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답니다. 강수량은 반대예요. 비가 많이 오면 꽃가루가 발생하더라도 날리지 않고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량이 줄어들어요. 기후 변화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꽃가루가 알레르기 질환을 더 심각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결국 앞으로 기후 변화에 의해 우리나라의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 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기후 변화와 꽃가루 발생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꽃가루 증가량을 예측하고,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지요.

삼나무들이 꽃가루를 분출하고 있어요.
▲ 삼나무들이 꽃가루를 분출하고 있어요. 삼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물질이에요. 기후 변화로 인해 꽃가루 분출량이 늘면,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Getty Images 이매진스
제주도는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 변화가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가장 심한 지역이에요. 지난 41년간 제주도의 평균 기온은 1.7도나 상승했지요. 제주도에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나무는 삼나무예요. 제주도에 사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삼나무 꽃가루에 대한 피부 단자(피부 면역 반응) 검사 양성률을 조사했더니, 15년 새 약 2.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들이 모두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발병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요.

삼나무는 방풍 효과가 다른 나무에 비해서 뛰어나고 빨리 자라는 데다 목재로 사용하기도 좋아 예전부터 제주도나 일본 같은 섬 지역에서 많이 심어 가꿨어요.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의 '사려니 숲길'이지요. 삼나무는 항균 작용을 하는 물질인 피톤치드를 많이 생성하기 때문에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인 봄철을 제외하면 좋은 나무예요. 하지만 전 지구적인 현상인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지요.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인 물질을 피해 다니는 거예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인 봄철·가을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꽃가루에 노출된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고 바로 양치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아 증상을 완화시키는 게 좋아요. 집먼지 진드기나 애완동물 털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법도 마찬가지예요. 침구와 카펫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서 알레르기의 원인을 없애주면 증상을 줄일 수 있지요.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이근화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