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깥보다 실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최만섭 2016. 3. 31. 10:04

바깥보다 실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 김윤신 건국대 석좌교수·한양대 의대 명예교수-입력 : 2016.03.31 03:00

[특별 기고] 미세먼지 관리… 新공기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기회로
밖은 환경오염과 연료 연소 등으로 발생되는 미세먼지
안은 창틈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에 가열 조리기구서 초미세먼지 발생까지 더해

김윤신 건국대 석좌교수·한양대 의대 명예교수
김윤신 건국대 석좌교수·한양대 의대 명예교수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생성하는 계절이 왔지만 황사, 꽃가루, 더욱 강해진 자외선 등 봄의 불청객들이 함께 찾아왔다. 요즘 이 불청객들은 걱정 반, 익숙함 반으로 다가오는데 유달리 미세먼지는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진 느낌이다. 봄철에 유달리 빈번하게 닥치는 황사는 중국 몽골 사막지대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높은 대기로 올라간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해 지상으로 떨어지는 자연현상인 데 반해 고농도의 미세먼지는 자동차·공장·가정 등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인위적 오염 물질이 주요 원인이다.

미세먼지 중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는 황산염과 질산염, 암모니아 등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단기간에 고농도로 집중 노출될 경우 기도가 자극되어 기침 및 호흡 곤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천식이 악화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의 한 종류인 BC(Black Carbon, 석탄·석유 등 탄소를 포함한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그을음)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한 장기간 만성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면역력이 저하됨과 동시에 각종 호흡기 질환, 안구 질환, 피부 질환,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노인과 영유아, 호흡기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렇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 일상 속으로 찾아온 이 불청객을 그냥 대비 없이 맞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해 인지하고 대응 방법을 알기도 전에 우리 일상 깊은 곳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것이다.

미세먼지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건강을 위해서는 실내 공기 질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Getty Images Bank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대기오염 배출원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대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은 경유 차량을 포함한 자동차, 화력발전소, 공장, 도시 근교의 불법 소각지,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 등이다. 미세먼지는 보통 이러한 실외의 대규모 소각 시설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가정에서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가정 내 음식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레인지 등 조리기구다. 실제로 가정 내 연료를 사용하는 조리 기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매우 유해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일부 저개발 국가나 개발도상 국가에서는 실내에서 발생하는 영유아 사망의 적지 않은 원인이 조리 시 발생한 공기오염이라는 것이 발표되고 있어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예방과 관리가 시급하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는 다양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4년 한·중·일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합의했으며, 2015년에는 한·중 미세먼지 공동연구단을 발족했고, 지난 1월 환경부는 '2016년 업무보고'를 통해 미세먼지 국내외 발생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중국, 일본의 미세먼지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해온 필자가 지난달 중국과학원의 대기물리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그곳 책임연구자가 "한국은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연구진이 수시로 바뀌어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얘길 들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부터라도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물리 화학적 분석, 기상적 변화,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위한 기초 연구가 지속적으로 선행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향후 국제적인 황사 전문가와 미세먼지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관리하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 제조 기업 등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 있는 국내 기업이 적극적 투자를 통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가전 기업이 실내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인공지능(AI)을 더한 실내 미세먼지 제거 장치, 스마트 홈 시스템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의 육성과 발전은 이와 연관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공기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자연의 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공기의 중요성을 망각하며 살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범지구적인 공기 살리기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