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설] 北 권력 핵심층 이탈 징후는 체제 변화 이끌 좋은 기회다

최만섭 2016. 4. 12. 10:40

[사설] 北 권력 핵심층 이탈 징후는 체제 변화 이끌 좋은 기회다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 소속 북한군 대좌(준장과 대령 사이 계급)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인민군 출신 탈북자로는 역대 최고위급이다. 정찰총국은 김정은에게 직보하는 북한군 핵심 조직으로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대남비서(통일전선부장)가 이끌고 있다. 그런 군 조직의 고위 간부가 탈북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당·군·정(黨軍政)의 핵심 엘리트 20여명이 연쇄적으로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직속기관인 노동당 39호실 소속 관리 3명이 작년 잇따라 탈북했고, 인민군 총정치국 간부와 국경경비대 대대장도 탈북 후 국내로 들어왔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과 통일전선부 외화벌이 간부들의 망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입국한 북 해외 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13명도 출신 성분이 좋고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 계급이다.

이는 국경 지역이나 하층민 중심이었던 과거의 탈북과는 현저히 다른 양상이다. 김정은의 폭압 통치와 잦은 숙청 등으로 인한 핵심 엘리트층의 불만과 동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은 오는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당·군·정의 각 기관에 실적 목표를 달성하고 외화 상납을 늘리라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제재 강화로 해외 돈줄은 끊기고 경제 상황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제재가 지속되면 지배 엘리트층의 이탈은 더 가속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북은 대내외적 통제를 강화하고 대남 도발을 통해 내부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 정부는 북의 도발과 급변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내부의 이상 징후를 근본적인 체제 변화로 이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 국내외 각종 정보와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을 통로도 적극적으로 뚫어야 한다. 이번에 탈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들은 "TV와 드라마, 영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고 집단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전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로, 배급보다는 '장마당' 경제에 익숙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부모 세대와도 다르다. 이들이 북 체제 변화의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여야는 선거가 끝나면 북한 문제만큼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는 북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도 제대로 된 안보 공약 하나 내지 않았다. 그런 정치권이 연쇄 탈북에 대해 선거용 '북풍(北風)' 아니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발표 과정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더 중요한 것은 북의 핵 도발을 막고 폭압적인 김정은 체제를 바꾸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