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Why] 물려받은 4조6000억원 탕진? 김정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라"

최만섭 2016. 3. 5. 11:28

[Why] 물려받은 4조6000억원 탕진? 김정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라"

입력 : 2016.03.05 03:00 | 수정 : 2016.03.05 03:08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계기로 본 김정은의 '검은돈' 수탈 작전
독재 기반 구축하려 펑펑… 작년 당 창건 70돌 행사에 10억달러 쏟아부어, 주민 11개월치 식량 살 돈
주민 노동력까지 팔아… 50여개국에 5만~6만명 송출, 임금의 70~90% 가로채

물려받은 4조6000억원 탕진?
그래픽= 김성규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에는 조선노동당 39호실과 인민군 정찰총국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 기관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독재 유지를 위해 막대한 통치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검은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라

정보당국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 김정은에게 물려준 비자금은 40억달러(4조8000억원)로 추정된다. 상당 금액이 스위스와 버진아일랜드, 중국 등의 비밀계좌에 분산 예치돼 있다고 한다.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수용 외무상에게 해외 비자금 관리를 맡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독재 기반 조기 구축을 위한 선심(善心) 행정과 사치품 구입, 핵 개발 등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현재는 비축한 돈이 매우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70돌 행사를 기념하는 시설물 건설과 군사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 정치적 이벤트에만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탕진했다고 한다. 10억달러는 옥수수 84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북한 전체 주민의 11개월치 식량을 해결할 수 있으며, 극빈층(200만~300만명)의 8년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비자금 확보를 위해 인력과 자원 등 내다 팔 수 있는 것을 모두 팔도록 당·정·군에 외화벌이를 독촉하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한두 명 튀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많이 내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해외에 나간 인력들이 탈북하는 등 통치권 누수 현상이 벌어져도 자금 사정이 급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개인금고 39호실은 어떤 곳?

김정은 비자금의 핵심 기관은 조선노동당 39호실로 알려져 있다. 39호실은 소속 기관을 통해 직접 비자금을 조성하고, 인민군 정찰총국과 무역성 등 당·정·군에서 보내오는 '상납금'과 '충성자금'을 관리하는 김정은의 개인금고 역할을 한다.

39호실이 만들어진 것은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후계자로 정해진 직후로, 그 이듬해인 1975년 조선노동당 창건 30년 기념 행사를 치르기 위해 39호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는 행사에 참석한 당 간부와 각계 주민 대표 등 1만명에게 시계와 컬러TV를 선물했으며, 그 행사 자금 마련과 집행에 39호실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39호실 자금은 북한 공식 예산과는 별도 운영되며 오로지 최고 권력자의 통치자금으로만 사용됐고, 김정일이 죽자 김정은도 39호실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직접 자금 용도와 규모를 지정하고 승인하는 등 39호실 운영은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서기실과 39호실의 소수 측근이 자금을 관리한다"고 했다.

39호실 산하엔 대성그룹, 대성경제연합체 등 100여 개의 무역회사, 은행, 금광 등이 있다. 39호실은 소속 기관을 손발 삼아 북한의 알짜배기 수출 상품인 금·은과 송이버섯 등 특산물을 판매한다. 달러 현찰을 직접 만지는 북한 내 호텔과 외화 상점들도 39호실 소속으로 알려졌다. 세계에 퍼져 있는 북한식당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도 39호실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 39호실은 김정일 통치시절엔 해마다 5억달러(약 60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직접 조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등으로 대북 경제 제재가 심해지면서 현재 39호실 소속 기관들이 직접 벌어들이는 수입은 예전의 절반인 2억~3억달러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보당국은 39호실이 마약 밀매와 위조달러, 가짜담배 제조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해왔다. 2011년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 근처의 아편 경작지가 대폭 늘어났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한때 무기 수출도 주요 비자금 조달 창구였으나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가 심해져 판매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민 착취로 챙기는 비자금

39호실 소속 회사들의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김정은의 새로운 비자금 루트로 인력 송출 사업이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50여 개 국가에 5만~6만명의 근로자를 보내 매년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김정일 집권 시절엔 1만여 명에 불과했던 송출 인력 규모를 4배 이상 늘린 것이다. 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 3000여 명이 근무하는 등 중동,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의 건설 현장에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근로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2~16시간의 살인적 노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받는 돈은 많지 않다. 북한 당국은 파견 근로자 월급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일괄 수령해 '충성자금'과 '당 상납금' 등 명목으로 70~90%를 공제하며, 근로자에게는 그 나머지인 10~30%의 임금만 지급한다. 이렇게 착취한 금액의 상당액은 다시 39호실로 유입된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파견 가는 해외 북한 식당도 독재자의 오랜 비자금 창구였다. 북한은 현재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등 13개국에 130여 개 식당을 운영하며 매년 수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북한 식당의 음식값은 현지 식당보다 훨씬 비싸다. 서너 명이 요리 두 개 시키고 냉면 한 그릇씩 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북한 식당이 버티는 이유는 미모의 젊은 여종업원들의 노래와 연주 등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종업원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금성예술학교, 평양예술학원이나 대학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전공했다. 그중 출신 성분 좋고 용모 뛰어난 수천 명의 여성을 선발해 해외 식당으로 2~3년 파견 근무를 보낸다. 공연과 서빙을 반복하고 거의 매일 일하는 여종업원들의 한 달 월급은 평균 300달러(약 36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종업원들은 보위부 요원의 감시를 받아 외출이 자유롭지 않으며 매일 손님에 대한 정보보고를 하는 등 첩보원 역할도 수행한다.

비싼 음식값으로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북한 식당 여종업원의 치마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종업원 치마는 무릎을 덮었으나 지금은 무릎 위 5㎝ 이상 올라가 있다. 식당 내부에 룸을 만들어 저녁엔 여종업원 술시중을 받는 가라오케 영업을 병행하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캄보디아 북한 식당에선 여종업원 두 명이 손님과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해외 파견 남성 근로자들이 임금을 착취당하는 것처럼 여종업원 저임금으로 만들어낸 북한 식당 수익금도 대부분 김정은의 비자금 창고로 흘러간다"고 했다.

인터넷 도박으로도 비자금 마련

김정은이 일가 생일이나 정치적 행사, 영농자재 지원 명목으로 해외 공관원이나 주재원, 무역참사 등으로부터 부정기적으로 걷는 '충성자금'도 비자금으로 이용된다. 매년 2억~3억달러 규모라고 한다. 충성자금을 내지 못하면 무능하거나 충성심 부족으로 낙인찍히다 보니 어지간한 간부들은 늘 '딴 주머니'를 준비해놓는다고 한다. 2010년 네팔 북한식당 책임자 양모씨가 다량의 달러를 챙겨 망명했으며, 재작년엔 김정은 비자금을 관리했던 조선대성은행 윤태영 수석대표가 500만달러를 챙겨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중단된 금강산 관광 대금의 대부분과 남북경협 자금, 개성공단 수입금의 상당액도 여러 경로를 거치지만 최종 목적지는 39호실 등 비자금 창고일 것이라고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인민군 정찰총국은 '해커 전사'들을 양성해 인터넷 도박 등으로 달러를 벌어 김정은 비자금에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렇게 모은 비자금을 지지기반 구축을 위한 비싼 선물 구입이나 자신의 사치 생활에 사용한다. 고급 승용차나 양주, 시계 등을 핵심 엘리트에게 주고 충성을 유도하는 '선물 정치'를 하거나 80억원짜리 요트 등 사치품 수입에 비자금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경제 병진 노선'을 새 전략 노선으로 천명하면서 핵실험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많은 비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5월과 9월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미사일 부품공장과 위성관제소 방문을 보도하면서 '김정은이 각종 개발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들을 몸소 풀어주었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이 아니라 김정은 개인 돈이 사용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정보 당국은 해석하고 있다.

한편 유엔 결의안에 39호실이 제재 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김정은의 비자금 줄을 끊겠다는 국제 사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김정은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독재자의 검은돈 차단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북한 식당이나 북한 운영 박물관의 수익금은 모두 김정은 비자금으로 직행하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