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사설] 19대 국회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 못 보여준 20대 총선

최만섭 2016. 4. 11. 10:07

[사설] 19대 국회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 못 보여준 20대 총선

입력 : 2016.04.11 03:23

20대 총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10일 여야 지도부는 경합 선거구가 많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득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여야 어디에서도 이 나라를 어느 곳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약속도, 다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용서해달라거나, 미워도 다시 한 번 찍어달라 같은 읍소(泣訴)와 지역구 개발 공약만 판을 쳤다. 이번 총선은 결국 국정 방향과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완전히 실종된 선거로 끝나게 될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정치 불신(不信)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19대 국회 내내 여야 모두 상대 탓만 하며 배타적 싸움과 발목 잡기에 매몰된 결과였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희대의 공천 막장극을 벌여 이 불신에 기름을 끼얹었다. 공천 파동이야 과거에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유권자들을 거의 모독하는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정확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때로는 조작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뚜렷했다.

이번 총선은 안보와 경제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토론·논쟁이 사라진 총선으로 기록될 것이다. 북핵과 미사일 협박은 아예 쟁점조차 되지 못했다. 산업 경쟁력과 성장 동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빈부 격차가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 쏟아지는데도 유권자들 판단을 도울 만한 논란조차 없이 그저 상대방을 비난하기만 했다. 안보·경제 동시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정치권에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안보와 경제가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정치공학적으로 표 계산하는 소리뿐이었다. 새누리당은 진박(眞朴) 공천이라는 낯 뜨거운 모습을 보였음에도 야권 분열 구도 하나에 의지해 이 선거를 치르고 있다. 더민주당 역시 친노(親盧) 계파공천 파동을 재연한 데 이어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에만 매달려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당 체제 심판'을 내세운 국민의당은 정치 불신과 특정 지역 정서에 기대어 반사이득을 거두겠다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총선은 지난 4년의 적폐(積弊)와 누적된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다음 4년을 움직여갈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다. 이런 측면에 비춰볼 때 무엇 하나 제대로 걸러진 게 없는 이번 총선은 실격(失格)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당 대표들은 국정 현안을 둘러싼 토론회조차 한번 하지 않고 그저 지역 정서를 자극해 표를 구걸하는 일에 열중했다. 이래서는 20대 국회가 19대 국회와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는커녕 그 확대판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게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