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09 03:22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투표일을 불과 닷새 앞둔 8일 광주를 방문, "(호남 유권자들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은 이번 총선에 출마한 더민주 후보들이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호남 지역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추월할 듯한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호남 지역에서 더민주에 대한 정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만년 2등 더민주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주로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반감(反感)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대선까지 바라보는 문 전 대표로서는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계 은퇴나 대선 불출마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총선 후 은퇴하라느니, 아니니 하면서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유권자와의 약속이고 상식의 문제라 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식을 거스르거나 억지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선 궁지에 몰려 심판받을 처지가 된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안 찍어주면 큰일 날 것'이라는 식의 벼랑 끝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대구에서 친박을 중심으로 하는 여당 사람들이 그러더니 문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겉으로는 읍소(泣訴)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보면 결국 '나 말고 누가 있느냐'고 유권자들을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은 선거에 패하고 지지를 잃으면 조용히 물러나면 그만 아닌가.
아무리 호남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더민주라고 해도 모든 지역에 걸쳐 폭넓고 고른 지지를 얻을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이렇게 총선에서 특정 지역 정서만을 들먹이며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200여개 다른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무엇이 되겠는가.
지금까지 정치권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지지 기반인 지역 유권자들에 대해선 '우리가 어떻게 해도 결국 찍어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깨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선거 개입이라는 오해를 받으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청주와 전주를 찾은 것도 정말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나 안 찍어주면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벼랑끝 선택을 강요하는 전술도 사라져야 한다.
호남 지역에서 더민주에 대한 정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만년 2등 더민주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주로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반감(反感)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대선까지 바라보는 문 전 대표로서는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계 은퇴나 대선 불출마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총선 후 은퇴하라느니, 아니니 하면서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유권자와의 약속이고 상식의 문제라 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식을 거스르거나 억지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선 궁지에 몰려 심판받을 처지가 된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안 찍어주면 큰일 날 것'이라는 식의 벼랑 끝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대구에서 친박을 중심으로 하는 여당 사람들이 그러더니 문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겉으로는 읍소(泣訴)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보면 결국 '나 말고 누가 있느냐'고 유권자들을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은 선거에 패하고 지지를 잃으면 조용히 물러나면 그만 아닌가.
아무리 호남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더민주라고 해도 모든 지역에 걸쳐 폭넓고 고른 지지를 얻을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이렇게 총선에서 특정 지역 정서만을 들먹이며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200여개 다른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무엇이 되겠는가.
지금까지 정치권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지지 기반인 지역 유권자들에 대해선 '우리가 어떻게 해도 결국 찍어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깨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선거 개입이라는 오해를 받으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청주와 전주를 찾은 것도 정말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나 안 찍어주면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벼랑끝 선택을 강요하는 전술도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