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05 03:00 | 수정 : 2016.04.05 04:59
[알랭 드 보통·손미나 前아나운서… 런던·서울의 '인생학교'를 말하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단 생각이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힘들게 해… 우린 불완전해… 不安한 건 당연"
우리는 인생에서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일 때문에 불안(不安)해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남과 비교하며 우울해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초조할 때도 많다. 이럴 때는 '일상(日常)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47)이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통해 현대적 삶의 기원을 탐구해온 그는 "불과 20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사람은 아버지가 하던 일을 했지 직장을 선택하는 문제로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며 "역사적 관점에서 자신의 고민을 상대화시켜 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영국 런던에 '인생학교(school of life)'를 세우고 직장인들에게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법, 행복해지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4일 낮 이태원 '인생학교 서울'에서 만난 드 보통은 "대학에서 회계학이나 기계공학, 항공기 조종술 같은 기술적 지식은 가르쳐주지만,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법, 자기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듯 역사와 철학, 심리학 등의 지식과 지혜를 조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강좌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4일 낮 이태원 '인생학교 서울'에서 만난 드 보통은 "대학에서 회계학이나 기계공학, 항공기 조종술 같은 기술적 지식은 가르쳐주지만,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법, 자기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듯 역사와 철학, 심리학 등의 지식과 지혜를 조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강좌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4/04/2016040402870_0.jpg)
작년 10월에 문을 연 인생학교 서울은 인생학교 런던의 한국판으로 전(前) KBS 아나운서 손미나(44)씨가 교장을 맡고 있다. 현재 파리, 암스테르담, 멜버른 등 세계 11개 도시에 문을 열었고, 런던에서 개발된 교재와 강의법을 기본 베이스로 활용하고 있다.
드 보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동차·TV·스마트폰처럼, 사랑과 일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평등하고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남과 비교하며 전전긍긍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를 미국에서 유행한 '개인주의'의 부작용으로 봤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 역설적으로 모든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더 힘들게 했다는 것. "원래 영어에서 불행한 사람은 '운이 없는 사람(unfortunate)'이었어요. 그런데 미국 사회에선 '루저(loser)'가 됩니다. 인생이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는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나 역시도 불안감에서 벗어나려 항상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인생학교 서울 교장 손씨는 자기계발서가 판을 치는 한국적 현실이 불만이었다. 그는 "책 한 권만 읽으면 모든 정답이 다 있는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 '마음의 안정'은 그렇게 찾을 수 없지 않냐"면서 "런던과 똑같이 20명 이하가 참여하는 소규모 강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1000명 가까운 학생이 다녀갔다. 연령대는 고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두 사람에게 들어봤더니,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은 런던이나 서울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손씨는 "젊은 직장인의 경우 70%가 이직을 원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직장에서의 삶을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은 영국에 비해 전문직이 많았다. 손씨는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수업 도중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점점 남자들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비슷했다. 드 보통은 "인생학교 런던은 원래 여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남녀 비중이 50대50"이라며 "남자들은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기 마음을 여는 데 서툴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직장에서의 행복한 삶' 타령만 하는 것은 한가하지 않을까. 인생학교는 청년 실업 문제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드 보통은 "모든 사업은 결국 다른 사람의 문제를 파 악해 해결해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법이나 마케팅이 아닌, 혁신을 위해 필요한 탄력적 사고의 요령과 사례를 가르치는 창업가 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우정'과 '관계'라는 가치를 팔아 200억달러짜리 회사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자유와 평온함, 우정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드 보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동차·TV·스마트폰처럼, 사랑과 일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평등하고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남과 비교하며 전전긍긍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를 미국에서 유행한 '개인주의'의 부작용으로 봤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 역설적으로 모든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더 힘들게 했다는 것. "원래 영어에서 불행한 사람은 '운이 없는 사람(unfortunate)'이었어요. 그런데 미국 사회에선 '루저(loser)'가 됩니다. 인생이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는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나 역시도 불안감에서 벗어나려 항상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인생학교 서울 교장 손씨는 자기계발서가 판을 치는 한국적 현실이 불만이었다. 그는 "책 한 권만 읽으면 모든 정답이 다 있는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 '마음의 안정'은 그렇게 찾을 수 없지 않냐"면서 "런던과 똑같이 20명 이하가 참여하는 소규모 강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1000명 가까운 학생이 다녀갔다. 연령대는 고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두 사람에게 들어봤더니,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은 런던이나 서울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손씨는 "젊은 직장인의 경우 70%가 이직을 원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직장에서의 삶을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은 영국에 비해 전문직이 많았다. 손씨는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수업 도중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점점 남자들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비슷했다. 드 보통은 "인생학교 런던은 원래 여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남녀 비중이 50대50"이라며 "남자들은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기 마음을 여는 데 서툴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직장에서의 행복한 삶' 타령만 하는 것은 한가하지 않을까. 인생학교는 청년 실업 문제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드 보통은 "모든 사업은 결국 다른 사람의 문제를 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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