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밴쿠버에서 키워가는 한국 문학의 싹

최만섭 2016. 3. 25. 11:27

밴쿠버에서 키워가는 한국 문학의 싹


박오은 수필가 


입력 : 2016.03.25 03:00

박오은 수필가
박오은 수필가
'으뜸상, 버금상, 돋움상….' 해마다 3월이면 문학상 시상식을 갖는다. 상장, 상품권, 꽃다발을 받은 새내기 작가들의 함박웃음이 봄꽃처럼 화사하다. 우리 문협은 한글 고유의 이름으로 시상한다.

이곳 밴쿠버에는 다양한 민족이 산다. 각 나라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다. 외국에서 살면 모국어로 표현하는 문학의 영향은 크다. 프랑스인은 초등학생에게 자국 시인의 시를 암송시킨다.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과 프랑스어 특유의 리듬을 타는 언어 감각을 익혀주기 위해서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 말을 할 기회가 적다. 한글학교나 부모의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말을 똑 부러지게 하고 막힘없이 글 쓰는 아이들 뒤에는 지혜로운 부모가 있다. 언어 형성기인 유아 때 가르치지 않으면 나중에 노심초사한들 소용없다. 민족의 얼이 담긴 모국어를 어릴 때부터 품어야 하는 이유이다.

처음 만나는 건 무엇이나 설레고 두렵기도 하다. 우리 말로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백지에 글을 올리기가 달리기보다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작은 떨림을 주고 희열도 맛보게 한다. 책 읽고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참된 삶을 깨쳐 간다.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사신 분은 글이나 대화에 외국어가 수없이 끼어들고, 맞춤법을 자주 틀리고, 표현도 어색하다. 하지만 문장력이 좋고 나쁜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천부적 재질을 타고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한 기대나 의무감을 갖고 쓸 필요는 없다. 호기심을 넘어 허영심을 가져도 글은 어색해진다. 특별히 거창한 명분은 아니더라도 그저 모여서 소소한 이야기라도 나누며 글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허기진 시간을 메우면 충분하다.

일기처럼 시작해 수필을 쓰고 기행문을 쓰고 나아가 시를 쓰고, 돼지꼬리 날리며 교정 보고 첨삭하고 평가하고, 회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고도 했다. 엄살 부리면서도 좋은 작품을 빚어내려는 열의들이 보였다. 설렘과 두려움은 어느덧 의연함으로 남았다. 명예회원으로 모신 기성 작가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처음엔 절레절레 고개 젓던 분이 열정적으로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보기도 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 회원들과 외국 문인들이 하나 되어 문학제를 갖는다. 소극장을 빌려서 깊되 무겁지 않고 경쾌하되 가볍지 않은 행사를 치르고 있다. 관객 절반이 외국인이기에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한다. 시를 낭송하고 클래식을 연주하고 한국 고유 문화를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작년엔 한·불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양국의 시와 문화를 소개했다. 요즘 프랑스에선 우리 노래뿐 아니라, 한국의 음식과 춤, 그리고 한국어까지 한류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캐나다 한국 문협(KWAC)이 싹을 틔운 지 올해로 8년째이다. 글을 쓰고, 문학 세미나를 열고, 문학제를 치르며 교민 사회에 생활 속의 한국 문학을 알리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면서 우리 '캐나다 한국문협'이 단단히 뿌리 내려가길 기대해 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