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서 A당 소속 찍으면 대선에서도 같은 당 후보 찍어
일할 수 있는 구도 만들어줘야 작동 가능한 정치 구도 틀잡혀
사람 아닌 정당 보고 선택해 책임정치 기틀 세워줘야
이번 4·13 총선으로 구성되는 20대 국회는 임기가 2020년까지다. 내년(2017년)에 선출될 대통령은 2022년까지가 임기다. 새 국회는 새 대통령과 2년 반(半)을, 그것도 한참 일할 임기 초·중반을 함께하게 된다. 총선 이후 현 정권은 사실상 레임덕이고 2020년 이후를 다음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으로 본다면 20대 국회는 사실상 다음 대통령과 명(命)을 같이하는 셈이다.
그 4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격동기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 문제는 김정은 정권의 운명과 함께 우리 민족의 앞날을 가름할 것이다. 또 이와 맞물린 대(對)미국, 대중국, 대일본 등 주변 강대국 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게 돌아갈 것이다. 여기에 국방력을 키우는 문제, 경제의 장기 불황에 대비한 내구력을 유지하는 문제 등은 사회 불안 요소들과 중첩돼 우리를 끈질기게 흔들어 댈 것이다.
그런 시기에 국정의 양대 축(軸)인 대통령과 국회가 엇박자로 돌아간다면 우리나라는 난파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갈 정치적 윤활 상태가 작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의 다수당이 반대당의 대통령과 사사건건 어긋나서는, 또는 소수당이 다수당 출신 대통령과 죽어라 하고 맞서서는 원활한 국정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이 다음 대통령도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지금 국회에 다수당이 있고 대통령이 그 다수당 소속인데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야당이 물고 늘어지면 그것으로 정치는 올스톱이다. 그것이 여야 어느 쪽 책임이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나라에 돌아간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면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라면 지금 같은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을까?'―우리는 여러 가정(假定)의 질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분명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대통령이 다수당 출신인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는 대통령이 소수당이 출신이면 아마도 배가 벌써 산(山)으로 갔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만은 막았으면 한다.
그것을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우리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작동 가능한 정치 구도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즉 유권자 개개인이 이번 총선에서 A당 소속을 찍었으면 대선에서도 같은 당 후보를 찍어 적어도 구성 면에서는 '일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총선에서 A당 후보를 찍고 대선에서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정을 파행으로 이끄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 보고 찍지 말고 좌(左)건 우(右)건 정당을 선택해 책임정치의 틀을 세워주자는 것이다.
*緣木求魚-연목구어-[장단음] 연목^구어 [주제별] 욕심 , 한탄 -緣 인연 연, 부인 옷 이름 단 木 나무 목 求 구할 구 魚 물고기
나무에 인연(因緣)하여 물고기를 구(求)한다라는 뜻으로, ①목적(目的)이나 수단(手段)이 일치(一致)하지 않아 성공(成功)이 불가능(不可能)함 ②또는 허술한 계책(計策)으로 큰 일을 도모(圖謀)함
박근혜식(式) 체제를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는 사람이라면 총선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것이고 좌파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사람이라면 사람에 관계없이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을 선택하면 된다. 여야 간에 능력 있고, 지각 있고, 미래 감각 있는 후보들에게는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 분명 억울한 일이고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이겠으나 우리는 지금 같은 막중한 상황에서 한가로이 접점(接點) 없는 '견제 논리'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까지 인물 중심이 아니라 정당 중심 투표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여야 공천 심사 과정의 난맥상 때문이다. 정치를 몇 십 년 겪어 왔지만 지금 같은 '공천 난동'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판'이다. 공천이라는 것이 유권자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사람을 고르는 작업이 아니라 패싸움의 마당이라면 유권자도 굳이 저들의 '사람 장난'에 놀아날 이유가 없다. 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면 차라리 앞으로 4년의 국정을 운영할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구제책이다.
혹자는 이것이 결국 특정 정당 쪽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선거에서 2등만 하면 된다는 패배주의적 사고로는 결코 정권을 탈취할 수 없다. 입만 열면 '정권 교체'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선적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과 '횡포'를, 또는 '개헌선'을 막기 위해 연대와 연합이 필요하다는 야권 내의 논리다. '지는 것은 뻔한데 좀 덜 지게 해달라'는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마이너스 정치를 극복할 수 없다. 현 공천 상황으로는 누가 이길지 모르는 형
지금의 선거제도를 민주주의, 대의정치 등등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지만 유권자 처지에서는 투표용지에 적힌 2~3명의 이름 가운데 기껏 하나를 선택할 권리(?)밖에 없다. 그것도 정치 집단의 패싸움 끝에 파생한 타협의 결과에 도장 찍는 일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정당을 보고 찍어 당신들이 앞으로 4~5년을 책임지고 해보라고 맡겨보는 것이 차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