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사설] 미래부는 AI 어설픈 간섭 말고 민간에 맡겨라

최만섭 2016. 3. 15. 10:38

[사설] 미래부는 AI 어설픈 간섭 말고 민간에 맡겨라

입력 : 2016.03.15 03:21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그제 삼성전자와 LG전자 연구소를 방문해 인공지능(AI) 연구 상황을 보고받은 데 이어 어제도 AI 연구를 챙긴다며 전자통신연구원에 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뒤늦게 나선 것이다. 한술 더 떠 미래부는 300억원을 투자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기업들을 참여시켜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세우고 다음 달에는 AI 산업 육성 방안까지 발표하겠다고 법석이다.

미래부는 이런 일들을 급히 추진하느라 AI 전담 팀을 부처 안에 만들고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들을 수시로 불러 채근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할 미래 기술을 정부가 개발 연대식 관치(官治)로 밀어붙이려는 발상부터가 한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 주도로 주력 산업을 키워냈다. 철강, 조선, 건설, 화학 산업 육성과 유선전화·휴대폰 기술 개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 것도 정부였다. 그러나 정부 주도형 산업 기술 육성 모델은 시효가 다한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 정부는 정보·바이오·나노·환경·문화 등 이른바 '5T 기술'을 키운다며 법석을 떨었지만 지금껏 성과는 모두 민간에서 나왔다. 작년 7조원이 넘는 신약 수출을 성사시킨 한미약품도, 시가총액 20조원의 IT 재벌로 성장한 네이버도 정부가 키워낸 것은 아니다. 지금 미래부는 AI 붐이 일어나자 기업과 대학들을 채근해 생색내기식 성과만 내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일이 될 리 없다.

구글이 15년간 33조원을 AI에 쏟아부은 원동력은 기업들이 마음껏 신사업에 나설 분위기를 만든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토양에서 나왔다. AI 중심지로 영국이 주목받는 것도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같은 대학들이 80년 이상 쌓아놓은 연구 성과 덕분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연구비 지원을 통해 기업과 대학들의 혁신을 돕는 '후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대학들이 연구에 전념해 세계 최고 수준보다 2년 넘게 뒤처진 AI 경쟁력을 만회할 계기라도 마련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