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이면 현생 인류 사라질 것… 알파고가 그 신호탄"
입력 : 2016.03.12 03:11
[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인류 미래 예언한 유발 하라리 인터뷰
알파고, 인간의 절대 영역 꺾어… 이제 정말 걱정해야 할 시점
2050년엔 인류 70억명이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것
인류, 21세기 말 기계와 결합… 생물학적 한계 넘어 神의 영역에
'호모 사이보그'가 되더라도 마음 연구 통해 인간성 지켜야
21세기는 인간이 현생 인류를 일컫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살아가는 마지막 세기가 될까. 이스라엘 히브리대 사학과 교수 유발 하라리(40)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하라리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이 우위를 지키는 절대 영역'으로 여겨진 바둑에서 인간 최강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이 신호탄"이라며 "이제 인간은 유일하게 타고난 두 능력, 즉 육체와 지능 면에서 모두 기계에 뒤처졌으며 조만간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인간종(種)의 탄생부터 인류 역사를 집대성한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도 현 인류의 종언을 예고한 바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2승째를 거둔 10일 하라리는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도래와 인류의 미래, 신과 인간의 경계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
"알파고를 보니 이제 정말로 걱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기술은 무섭게 진화하는데 인간은 전혀 대비가 안 돼 있어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본 하라리의 소감은 "인간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기술이 너무 빨리 진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현실적 위협이 가장 먼저 구직 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라리는 "당장 대다수의 인간이 이번 생애 구직 시장에서 기계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30년 안에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리에 따르면 21세기 전반에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돼 택시·버스 운전사들이 필요 없게 되고, 의학·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질병이 완전 정복돼 의사란 직업도 사라진다. 고용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오늘날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직업훈련이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하라리는 말했다. 그는 "2050년엔 70억명이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많은 과잉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현대 경제학은 답해줄 수 없다"면서 "이런 위협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very real)'"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기계와 결합… 인간의 마음 유지해야
하라리는 "21세기 후반에 인류는 혁명에 휘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국가·사회를 대상으로 한 인간 주도의 혁명은 수없이 벌어졌지만 이번엔 혁명의 대상이 '인류' 자체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2100년 이전에 현생 인류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라리는 인공지능에 밀려 무용지물로 전락한 인간들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계와 결합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 인류는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뿐더러,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神)적 존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차지한 이상 인간은 기계와 함께 신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21세기 후반의 신인류는 생명을 창조하고, 정신을 통해 가상·증강현실에 접속하며, 신체를 계속 재생해 사실상 불멸에 이른다"며 "아마 2100년에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상품은 다른 무엇도 아닌 건강한 뇌, 피, 신체기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소름 끼치는 소리 같지만 그는 "태고부터 인류의 긴 역사를 보면 현세대는 이미 사회성과 지각 능력 등 '인간성'의 주요 특징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이런 전망을 자신했다.
'호모 사이보그'가 된다 해도 인간이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라리는 "지금부터 '마음'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체·인지 능력이 초(超)인간이 되더라도 '마음'을 유지한다면 기계와는 확연히 다른, 지금처럼 따뜻한 감성을 가진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몸과 뇌 연구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것처럼 마음의 연구에도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인간이 끝까지 인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은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유발 노아 하라리(Harari)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사피엔스'는 "7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맹수들이 남긴 동물 뼈의 골수를 빼먹어 연명하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알파고, 이세돌에 승리-2016년3월9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공지능이 항복했다-2016년 3월 13일 -이세돌 알파고에 승리 (0) | 2016.03.14 |
---|---|
[시론] 이세돌 9단이 보여준 건 우리의 미래다 (0) | 2016.03.12 |
인공지능 가라사대 (0) | 2016.03.12 |
윤평중 칼럼] 알파고가 할 수 없는 것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0) | 2016.03.11 |
알파고의 아버지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나이' (0) | 2016.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