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세돌에 승리-2016년3월9일

[사설] 이세돌 꺾은 알파고, 인공지능 大勢 깨달으라는 경고

최만섭 2016. 3. 10. 11:45

[사설] 이세돌 꺾은 알파고, 인공지능 大勢 깨달으라는 경고

입력 : 2016.03.10 03:23

세계 최정상급 프로 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벌인 바둑 대결 5번기 첫판에서 이 9단이 충격의 1패를 당. 9일 대국에서 알파고는 '인류 최강'인 이 9단과 대등한 실력을 보였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적 판단 능력까지 보여주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상대로 인간 프로 기사를 이긴 첫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세계 최정상급 기사에게 승리를 거둔 최초의 인공지능이 됐다. 아직 네 판이 더 남아있지만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온 세계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바둑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있어 인류가 기계보다 유리한 최후 영역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직관과 추론 같은 인간적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바둑마저 인공지능에 따라잡혔.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인간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꿔놓을 미래 혁신의 주 무대가 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운전하자율 주행 차를 만들었고, 애플은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체스와 퀴즈 게임에서 인류 최강을 무릎 꿇렸던 IBM은 인공지능을 의료 등 실제 삶의 도구로 실용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날씨를 예보하는 '샤오빙'을 선보였다.

반면 IT(정보 기술) 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분야에선 변방에 불과하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에 2.6년 뒤떨어져 있고 일본·영국·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쓰는 수퍼컴퓨터는 모두 수입산이고, 경제·금융·군사·치안 등에서 빅데이터를 상용화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빅데이터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자적 연구 성과도 사실상 전무(全無)하다고 IT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도, 정부도, 당장 돈 되는 눈앞의 사업만 좇고 장기적 관점의 기초과학 투자는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인공지능 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 기업은 긴 호흡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해야 하며, 정부도 관련 규제를 풀고 필요한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 구글의 자율 주행 차가 7년 전에 개발돼 330만㎞ 주행 기록을 세웠지만 우리는 엊그제야 겨우 첫 자율 주행 차 허가가 났다. 이래서야 우리 옆에 온 인공지능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