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심리이야기] 신학기 부담에 '스트레스 호르몬'… 집중력 떨어져요

최만섭 2016. 3. 2. 10:50

[심리이야기] 신학기 부담에 '스트레스 호르몬'… 집중력 떨어져요

[신학기 증후군]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기억력·학습력 저하시키고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초래해
시간 압박 안 받도록 계획 세우고 친한 사람과 힘든 점 공유해봐요

곧 새 학년이 시작되니 즐거운 학교생활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겠죠? 하지만 새 학년의 시작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할 거예요. 달콤한 늦잠도 이제는 끝,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데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은 낯설고, 새로운 규칙과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데 수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는 '신학기 증후군'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학교 가기 전에 두통·복통 등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하고, 가슴이 답답해 학교 가기 싫어지는 것입니다. 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이 아픈 것으로 나타날까요? 어린이·청소년들은 감정이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른보다 서툴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때 체감상 몸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어떤 친구들은 잠이 잘 안 오거나 꿈을 많이 꾼다고 해요. 집중력도 평소보다 떨어지고, 말수도 줄지요.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빵이나 과자를 갑자기 폭식하기도 하고요.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엄마랑 떨어지기를 싫어해 엄마 없이는 학교나 다른 장소에 못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외부 자극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에요

새 학년이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는 새로운 외부 자극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스트레스도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일의 효율을 높이는 긴장감을 일으켜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병을 키우지요.

[심리이야기] 신학기 부담에 '스트레스 호르몬'… 집중력 떨어져요
▲ /그림=정서용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요. 스트레스 호르몬은 우리 몸 곳곳에 퍼져 있는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하면서 스트레스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쳐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우선 면역 세포의 활동이 억제되어 면역력이 떨어져 여기저기 아프고 질병에 쉽게 걸립니다. 또한, 감정 조절·기억력·집중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기능이 떨어지고, 불안·짜증이 늘며 학습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요.

만약 신학기 증후군이 6개월 이상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또래들에게 놀림을 당하게 되고, 성적도 떨어지고, 불안·우울증까지 초래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또한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까칠해지면서 짜증이나 욕설이 늘고, 심각할 때엔 사소한 일에도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학기 증후군 대처법

스트레스에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 스트레스에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래픽=김충민 기자
우리 어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신학기 증후군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첫째,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감당해 낼 수 있는지 잘 알아야 합니다. 지나친 시간 압박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학기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해요. 대체로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스트레스 감당 능력이 약합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도 강해지니 지금 많은 것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옆 친구는 어른스러운데 왜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할까'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페이스를 잘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키가 자라는 속도가 다른 것처럼, 스트레스 대처 능력도 신체와 뇌의 발달에 따라 각자 다른 속도로 좋아지거든요.

둘째, 체력이 강한 어린이들이 스트레스도 잘 이겨낸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신체 운동을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30분 이상씩 꾸준히 하세요.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고, 잠을 푹 자야 하는 기본도 잊지 마시고요.

셋째,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 선생님에게 고민을 솔직히 털어 놓으세요
. '나만 이렇게 적응 못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도 많고 엄마·아빠도 어릴 때 같은 문제로 힘들었을 거예요. 두려움이나 슬픔은 나누면서 표현해야 줄어든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요.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에 쌓여 있다가 몸이 아프게 돼요.

넷째, 명상이나 근육이완법도 효과가 있어요. 편안한 자세로 심호흡을 하면서 하루에 5~10분 정도 조용히 앉아 있는 연습을 하면 놀랍도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된답니다. 효과를 보려면 두 달 이상 꾸준히 해야 하고, 혼자 하기 힘들면 부모님과 같이 해보세요.

다섯째,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감사할 일을 찾기가 힘들다고요? 부족한 나를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하루에 1~2분만 투자해 3가지 감사할 일을 마음속으로 떠올리거나 간단히 써 보세요. 내 안의 우울함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향상될 거예요. 이런 연습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새 학기 즐거운 학교생활을 활기차게 시작하게 되길 기원해요.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