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나마 운하 건설
몇 년 전 한 미국 언론사가 인류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무서운 생물이 무엇인지 순위를 매겨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1위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몸무게가 약 3㎎인 모기였답니다.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해 말라리아, 황열병, 뇌염, 뎅기열 등을 일으키는 수많은 바이러스를 옮기기 때문이지요. 해마다 70만 명 이상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죽음에 이른다고 하니, 모기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르겠어요. 모기는 역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어요. 특히 유럽인들이 신항로를 개척할 때, 덩달아 신대륙에 진출해 말라리아 등을 퍼트려 수많은 사람을 해쳤지요. 오늘은 모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프랑스의 사연입니다.
- ▲ 1880년대 프랑스가 파나마에서 운하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모기가 퍼뜨린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성공하지 못했어요. 당시 모기들의 번식처가 된 나무 밑동 주변의 물그릇(왼쪽)이에요. 1900년대 공사를 재개한 미국이 모기 퇴치에 나선 덕분에 파나마 운하는 완공되었답니다. /미국 의회 도서관
그러나 막상 파나마에서 공사를 시작해보니 순탄치 않았습니다. 총길이 80여㎞쯤이라고 얕보았던 파나마 운하의 공사 현장은 지형, 기후 뭐 하나 만만한 곳이 아니었어요. 우선 높은 산이 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서 땅을 파고 해수면의 높낮이를 맞추기 쉽지 않았고요. 산사태의 위험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급류도 문제였죠. 게다가 건조한 이집트와 달리 파나마는 열대우림 기후였고, 성가신 벌레도 많았지요.
정원에 심은 나무줄기마다 개미들이 떼 지어 기어오르자, 프랑스인들은 개미가 나무에 오르지 못하도록 나무 기둥 아래에 도넛 형태의 물그릇을 놓았어요. 그런데 무심코 한 이 행동이 대참사를 가져왔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물그릇까지 만들어주니 모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서식지를 제공해준 셈 아니겠어요? 물그릇으로 인해 이 지역 모기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고,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이 퍼지는 건 필연적 결과였죠.
1889년,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더 이상의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어요. 결국 프랑스는 파나마 운하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 후 연구 끝에 모기가 원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프랑스에 이어 미국이 파나마 운하 공사를 재개했어요. 1914년 미국은 모기 방제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 덕에 희생자를 줄이며 파나마 운하를 완공할 수 있었어요.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무역과 교통에 혁신을 일으켰답니다. 언젠가 모기가 옮기는 질병을 박멸할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