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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최만섭 2016. 3. 1. 17:10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