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사설] 오바마 對北 제재 서명, 정치 쇼나 변덕은 더 이상 없어야

최만섭 2016. 2. 20. 09:53

[사설] 오바마 對北 제재 서명, 정치 쇼나 변덕은 더 이상 없어

입력 : 2016.02.20 03:23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북(對北) 제재안에 서명했다. 미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킨 지 6일 만에, 북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 지 12일 만에 신속하게 제재안을 발효시킨 것이다.

이번 제재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까지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강력한 내용이다. 북한산 광물 거래도 제재할 수 있고,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서도 "진짜 이빨이 있는 가장 강력한 결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서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미 정부가 이런 제재 의지를 얼마나 진지하고 끈질기게 보여주느냐는 점이다. 북 대외 거래의 90% 안팎이 중국과 이뤄지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제재가 본격화하면 미·중 간에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를 무릅쓰고라도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중국의 반발을 잠재우고 북을 손들게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명분으로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었고, 중국과도 가능한 한 마찰을 피해 왔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비행장과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도 말로만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항의할 뿐 실효적 대응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이 과연 북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과감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 기업들에 별 타격이 가지 않는 선에서 상징적 대상만 골라 제재하고 마는 정치 쇼로 끝나는 게 아닌지 우리 정부는 면밀히 관찰하며 대처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북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 제재로 북한 정권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북에 속아 1년여 만에 제재를 대부분 풀어주고 말았다. 결국 북은 달러만 빼 간 뒤 합의 사항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아무 쓸모 없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TV 중계 쇼를 보여주며 마치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오판하게 했다. 모두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말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임기 초 북을 '악의 축'이라며 호기롭게 때리다가 2005년 이후엔 9·19 합의, 2·13 합의를 거듭하며 오락가락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최소한 남은 임기 1년 동안 북핵 폐기를 위한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대북 제재 기조를 이어나가는 게 옳다. 그래야 다음 정권이 들어서서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중국의 반발에 밀려 주춤거리거나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속아 다시 변덕스럽게 춤을 추게 되면 북핵 해결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따른 긴장 국면이 지속되면 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양자 접촉을 직접 시도하곤 했다. 그때마다 북의 술책과 미국의 내부 이견(異見) 때문에 실패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조야(朝野)가 섣부른 해결책에 흔들리지 않도록 대미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